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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어랏>이란 제목이 요상한가? 이 작품의 포스터를 봤다면 그리고 웃기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무릎칠 영화가 있다. <몬티 파이튼의 성배>, 1975년 테리 길리엄의 작품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코미디에서 비틀스에 비견될 만큼 영향력을 가졌던 영국의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튼’이 만든 영화라고 해야겠다. 아더왕의 전설을 전복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각종 패러디를 동반한, 지금 봐도 재밌는 영화다. 이 영화를 뮤지컬화한 <스팸어랏>이 국내 초연 중이다.
뮤지컬 역시 불경스럽다. 제목부터 아더왕의 권위있는 ‘캐멀럿’ 성을 유행어 ‘스팸’과 섞어 말장난하듯 비꼬아 권위를 깔아뭉갠다. 영화에서는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We eat ham, and jam and spam a lot>, 그리고 무대에서는 넘버 <Knigts of the round table>의 가사에 나온다. 뮤지컬은 영화의 단순한 무대적 재현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본 줄거리는 같지만 브로드웨이의 히트 뮤지컬을 웃음 소재로 활용하고, 배꼽 잡는 노랫말들을 더했다. <the song that goes like this>는 뮤지컬에 흔히 등장하는 전형적인 사랑의 아리아를 사정없이 비꼰다. <오페라의 유령> 속 주인공처럼 배를 타고 등장한 순결한 기사와 호수의 여인이 듀엣 곡을 부른다. 낭만적인 멜로디에 맞춰 우아한 표정과 몸짓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내뱉는 가사는 “이쯤 되면 꼭 나오는 노래, 서로 마주 보며 오버하는 노래, 끝날 줄을 몰라. 끝은 항상 이렇게” 따위다.
2부에서는 아예 성배 찾기 미션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만들기’를 내세운다. <노트르담 드 파리> <시카고>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헤어스프레이> <헤드윅> 등 친숙한 뮤지컬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다 필요없어. 공연이 잘되려면 연예인이 있어야 해”라고 노래하는 장면은 스타를 캐스팅하는 요즘 공연계 풍토를 꼬집는 하이라이트다. 원래는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려면 유대인이 있어야만 한다는 풍자곡인데 이를 한국 상황에 맞게 개사했다.
예능을 능가하는 버라이어티한 웃음에는 개그 본능이 충만한 캐스팅이 한몫한다. 미달이 아빠 박영규와 개그맨 출신 정성화를 필두로 박명수의 호통개그, “샤또까버릴라쇼비뇽, 니미퐁빠리크라숑”등 프랑스어 말장난까지 한국식 코미디에 배꼽 빠진다. “인생 뭐 있나요, 웃어봐요.” 엔딩곡의 노래 가사처럼 시종일관 웃게 되는 즐거운 뮤지컬이 <스팸어랏>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