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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루저 남녀의 성장과 사랑을 그리는 영화 <쩨쩨한 로맨스>
강병진 2010-12-01

남자 정배(이선균)는 수년째 등단하지 못한 만화가다. 여자 다림(최강희)은 섹스 경험이 없어 외국 잡지를 베껴 쓰는 섹스칼럼니스트다. 사실상 백수인 두 사람은 1억3천만원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을 위해 만화가와 스토리작가로 만난다. 정배에게는 등단과 함께 화가인 아버지가 유작으로 남긴 어머니의 그림을 지킬 수 있는 기회이고, 다림에게는 자신이 얹혀사는 동생의 시달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만화도 진지한 예술이라는 태도를 가진 정배와 없는 작가경력이 있다고 떠벌렸던 다림은 사사건건 부딪힌다. 그러는 와중에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잦아지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사소한 오해로 잠시 멀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한편의 성인만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두 남녀에게 기대할 수 있는 건 명확하다. 가감없는 성적 고백과 농담이거나, 침대에서 벌어지는 질펀한 브레인스토밍이거나. 하지만 <쩨쩨한 로맨스>는 뜻밖에도 사회적 루저 남녀의 성장과 사랑을 그리는 영화다. 이들의 대화는 서로의 성적인 고백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이들이 그리는 만화 <킬러본색>을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한 장면은 성인만화 그대로의 질감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발칙하거나 끈적한 정서가 도드라지는 건 아니다. 남자와 여자가 가진 성적 판타지 또한 공감을 일으키기보다는 짧은 웃음을 위해 묘사될 뿐이다. 섹스를 글로 배운 다림이 침대에서 정배를 유혹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웃음으로는 기능하나, 화장부터 키스까지 글로 배웠던 <거침없이 하이킥!>의 현경이 겪은 에피소드와 비교할 때, 신선한 건 아니다.

대신 영화는 다림과 정배가 각자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고, 그 때문에 서로를 오해하기도 하는 연애담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 그렇다면 <쩨쩨한 로맨스>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희망과 좌절을 이야기하는 영화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선택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의 진부한 수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야기의 전개상 필요한 오해와 이별, 재회를 따라가다보면, 성적 농담과 기발하게 삽입된 애니메이션이 전반부에 구축해놓은 매력은 어느새 잊혀져버린다. 이들의 사회적 성장담이 갖는 감흥도 사라진다. 그럼에도 영화의 힘을 지탱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선균과 최강희 두 배우가 가진 활력이다. 아이디어의 장점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쩨쩨한 로맨스>는 관객들의 수다를 돋우는 발랄한 로맨틱코미디가 됐을 것이다. 아이디어의 외연을 넓히려는 노력이 부족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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