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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이란 문화 체험장 그 자체

제1회 런던 이란영화제 열려

요즘 영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1>이 분명하지만, 지난 9월 이란학과를 처음 개설한 SOAS대학 및 다른 17개 런던 대학에서 같은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제1회 런던 이란영화제 개막이 더 큰 이슈인 듯 보였다. 세계영화계에 독일영화의 중흥을 알린 ‘뉴저먼 시네마’로 대표되는 천재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 역시 한 인터뷰에서 “요즘 탄생하는 위대한 영화는 이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이들 런던 대학 재학생들은 제1회 런던 이란영화제의 개막전 행사의 일환으로 SOAS대학과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열린 프리 스크리닝 및 감독과의 대화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영화제 프로그래머 및 심사위원들과 ‘위대한’ 이란영화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코스타스 사르카스에 의하면 영화 개막 전 열린 이 두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수는 무려 450여명에 이른다고 했다. 그는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페이먼 다내이의 말을 인용하며, “이는 우리 영화제가 단순히 ‘이란영화만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제는 이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플랫폼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1회 이란영화제 동안 장편과 단편,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스크리닝 행사 외에 영화 제작 숏 코스 및 이란 출신 감독들과 함께하는 문화 워크숍 행사도 함께 마련돼 이란과 그곳의 문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11월19일 열린 제1회 런던 이란영화제 개막 행사에는 페이먼 다내이를 비롯해 이란 출신 <BBC> 드라마 감독 패트릭 터커와 배우 마흐체흐레칼릴리, 화가 호세인 코스로제디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호세인은 “이란영화는 세계에 들려줄 이야기가 아주 많은 작품들”이라면서 “단지 영화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나 조명과 빛을 사용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이 점에 주목에서 영화를 감상해주었으면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영화제의 개막은 <아이언 아일랜드>로 2008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선정되면서 이름을 알린 모하메드 라솔로프의 <White Medow>가 열었다. 지난 11월26일 막을 내리기까지 총 35편의 장·단편 및 다큐멘터리를 선보인 런던 이란영화제에서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얻은 작품으로는 친구들과 주말에 소풍을 갔다가 실종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엘리에 관하여>와 영화감독이자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아미드 라마니안이 이란 하위 클래스에 속해 있는 여성들의 삶을 그린 <The Glass House> 등이 있다. 올해는 영화제 첫해인 까닭에 경쟁부문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할리우드는 감히 할 수 없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 페이먼 다내이와 심사위원 패트릭 터커 인터뷰

지난 11월5일 런던 타워 힐 록시 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와 16일 SOAS에서 마련된 ‘스크리닝 & 토크’ 행사에서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페이먼 다내이와 심사위원 중 한명인 패트릭 터커를 만났다.

페이먼 다내이(왼쪽)와 패트릭 터커.

-런던에서 열린 첫 이란영화제인데, 작품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 =페이먼 다내이: 이번 영화제 소식에 세계 53개국에서 총 471편의 작품이 심사위원단 앞으로 보내졌다. 작품 선정 기준은 이란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있었다. 반드시 이란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거나, 이란 감독의 작품이어야만 한다는 기준은 없었다. 그래서 영화제 프로그램 리스트에서 미국과 영국 감독의 작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영화제는 당신이 지난 2008년부터 준비한 것이라 들었다. 영화제를 런던에서 열기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페이먼 다내이: 영국에는 이란 출신의 많은 영화인과 예술가들이 있다. 그들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를 대중에 보여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나는 우리 영화제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예술가들에게 하나의 통로가 되기를 바랐을 뿐이다. 이란의 정치 상황이나 다른 여러 정치적 이슈는 최대한 배제한 채 말이다(그래서 이란 정부로부터 어떠한 보조도 받지 않았다!). 게다가 런던은 멀티컬처럴리즘의 중심에 있는 도시 아닌가. 이란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좀더 넓게 말해 다른 나라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이란영화를 보며 즐기고 싶었다.

-이란영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패트릭 터커: 대부분의 이란영화는 정신적 가치에를 심도있게 고민하는 경향이 짙다. 죽음 역시 이란영화를 관통하는 주된 테마다. 때문에 할리우드영화는 감히 할 수 없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제2회 런던 이란영화제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페이먼 다내이: 내년에는 규모도 좀더 커질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 중이다. 내년부터는 경쟁부문을 선정하여 따로 시상식도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