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그들 ‘최고사령부’의 주장대로 ‘남조선 괴뢰호전광들’이 영해를 침공했다면 백번 양보해 그냥 남조선 영해에나 쏠 것이지 왜 민가까지 무참히 겨냥한 거니(남조선 대통령을 두명이나 연달아 만나고 포옹했던 뽀글머리 아저씨, 대체 뭐하자는 겁니까. 후계구도를 다지기 위한 건가요, 아님 이판사판 막가파들이 득세한 겁니까.).
연평도를 불바다로 만든 북한은 제정신이 아니다. 당일 조선적십자 중앙위 ‘보도’에서 “더이상 인도주의 문제해결에 연연할 생각이 없다”며 ‘남북대화 파탄’을 선언하더니 이틀 뒤 북한군 판문점대표부 ‘통지문’에서 유엔사의 장성급회담 제의를 거부하며 (서해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듯) “주저없이 2차, 3차 강력한 물리적 보복 타격을 가하”겠다고 응수했다.
남북이 비대칭적 위험(양쪽이 입을 위험이 현격히 차이나는 상태)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도발이든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일이 터지면 잃을 게 많은 쪽이 훨씬 불리하다. 오락가락했던 대통령 ‘지시’처럼 관리를(만) 잘하기도, 만전을 기하기도, 단호히 대응하기도, 막대한 응징을 하기도 곤란하다. 북한은 또 무슨 생트집을 잡고 나올지 모른다. 빌미는 널렸다. 기본적으로 우리와 북한이 그은 휴전선이 다르다. 우리의 북방한계선(NLL)은 북한의 해상군사분계선 위쪽이므로 서해는 늘 화약고다. 단순한 훈련에도 영해 침공의 딱지를 붙이고 포문에 불을 댕기면 그만이다. 왜. 잃을 게 별로 없으니까. 북한 지도부를 일거에 괴멸시키지 않는 한 어떤 형식의 무력 대응이든 애꿎은 주민들, 군인들만 죽고 다친다. 그에 따르는 반작용은 상상하기도 싫다.
이미 여러 ‘막장 시나리오’를 준비한 듯 보이는 북한을 이대로 두는 건 위험천만하다. 어떻게 밀어붙일지조차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더욱 그렇다. 그나마도 쓸 수 있는 카드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압박이며 봉쇄며 중단이며 비난이며 결의며 이미 다 하지 않았나. 내가 낸 세금이 이런 위험을 방지하는 데 쓰이는 건 마땅하다. 퍼주기든 배불리기든 상관없다. 비굴해도 질질 끌려다녀도 좋다. 그것으로 나와 이웃들이 ‘무사’하면 좋겠다. 전쟁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제발 너무 늦은 게 아니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