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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제작사와 투자사간의 ‘표준 계약’ 생기나
강병진 2010-11-29

영진위 산하 공정특위, 사업자간 공정한 경쟁 위한 표준투자계약서 초안 마련해

지난 2009년 1월29일 열린 영진위 공정경쟁환경조성특별위원회 사업설명회 현장.

영화제작사와 투자사간의 표준투자계약서가 논의되는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 공정경쟁환경조성특별위원회(이하 공정특위)는 지난 11월19일, 관계자들과 함께 관련회의를 열고 위원회 내 연구팀이 마련한 계약서 초안을 공개했다. 공정특위는 지난 2009년 1월, 영진위가 영화 사업자간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구성한 기구로 올해 초 표준투자계약서 연구를 계획한 뒤 제작사와 투자사와의 개별 인터뷰로 의견을 수렴해 표준투자계약서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특위가 내놓은 표준투자계약서 초안은 투자자의 수익창출 권리행사 기간과 속편에 대한 권리, 정보제공 및 수익창출 의사반영 의무화, 제작사와 투자사간의 수익분배비율, 스탭 관련 보험 등 제작사와 투자사간의 계약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수익창출 권리행사 기간, 즉 영화의 저작권 귀속문제다. 현재는 투자사가 저작권의 영구적 독점적 소유를 하고 있는 게 관행이다. 공정특위 내 연구팀은 “영화 개봉일로부터 5년, 10년, 15년, 20년 중 선택하고, 기간이 종료되면 이후 투자사의 수익창출활동에 대한 평가를 거친 뒤 해당 투자사가 권리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는” 방안을 내놓았다. 표준투자계약서 연구를 맡은 영진위의 김미현 연구원은 “저작권법이나 공정거래와 관련된 기준으로 볼 때, 저작권은 일정기간 양도되어도 다시 창작자에게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제작자는 저작권을 소유하기보다는 수익분배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고, 중견제작사는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 제작사의 관심사나 수익창출 능력을 봐서 기간을 선택하게 하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본 거다.” 이에 대해 메인투자사쪽은 “수익창출과 관련 저작권은 투자사의 영구소유”란 기존의 입장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저작권을 활용한 수익창출활동은 제작사보다는 투자사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분투자사 관계자들 또한 투자배급사의 수익창출 능력과 수익배분의 투명성을 높이 사고 있다. 하지만 제작가협회는 “투자사가 저작권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3년에서 5년 정도가 적당”하다며 연구팀의 의견을 찬성했다. 2001년 이전에는 투자사에 허락된 기간이 7년 정도였다가, 이후 공동소유문구가 등장하면서 투자사가 영구 소유하게 됐지만 수익창출 활동을 별로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투자 관계자는 대기업의 메인투자사들이 저작권의 영구소유를 주장하는 배경이 “다양해지고 늘어나는 매체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다운로드와 IPTV 등 새로운 창구가 생겨날 때마다 자사의 라이브러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사와 투자사가 이견를 보이는 이슈 외에 비교적 합의점을 찾고 있는 이슈도 있다. 공정특위 연구팀은 “제작사와 투자사간에 합의된 배우, 스탭에 대한 상해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의 가입 의무화와 이를 총제작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서는 메인투자사쪽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투자사가 영화의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제작자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초안의 내용에도 양쪽은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계약의 표준을 명시하는 일이 시장의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처를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수익분배, 수수료율과 관련한 불필요한 갈등이나 스탭들의 보험가입 등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아 서로 책임을 미루는 문제를 해소하는 기능도 기대할 수 있을 듯 보인다. 앞으로 제작사와 메인투자사, 부분투자사 등 3개 주체가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 확정안이 마련되면 제작가협회가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심사에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