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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범주와 의미를 되묻는 영화 <패밀리마트>
송경원 2010-11-24

가족을 가족으로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패밀리마트>는 헤어진 게 아니라 단지 따로 사는 거라고 생각하는 부부와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 가족의 범주와 의미를 되묻는다. 결혼 10년차 부부인 찬영(노준호)과 윤희(김연수)는 친구들 앞에서 이혼을 선언한다. 단지 한 지붕 밑에서 살지 않는 것뿐 부모의 책임은 다하는 두 사람을 주위에서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두 사람은 친구처럼 편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혼한 지 1년이 지날 무렵, 주말부부 같은 안정된 관계를 유지해가던 찬영과 윤희 사이에 과거 윤희의 절친이자 윤희를 사랑했던 선영(김현숙)이 나타나면서 미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아들에게 아버지로 충실했던 찬영의 자리를 어느새 대신하고 있는 선영 때문에 찬영은 어딘가 불안하다.

평범한 연애담이라면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게 결혼했습니다’에서 막을 내리겠지만, 현실에서 결혼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마찬가지로 이혼 역시 끝이 아닌 삶의 연장일 뿐이다.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어서 ‘쿨’하게 이혼을 했다는 찬영과 윤희는 여전히 서로의 생활과 새로운 연인에 대해서는 ‘쿨’해지지 못한다. 윤희를 잊지 못하는 선영 역시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를 열망하며 그저 옆에 있는 걸로 짧게나마 가족이 되어보지만 뿌리내리지 못하는 한순간의 꿈이다. 2009 전북독립영화제 폐막작이었던 <패밀리마트>는 세 사람의 각기 다른 갈망과 질투를 통해 가족이라는 틀 안에 가두고 결정해버릴 수 없는 마음의 문제를 조명한다. 가족의 의미와 틀의 허구라는 논쟁적인 문제제시에 비해 평이한 연출이 아쉽긴 하지만 이야기 안에서 섣부른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 점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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