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곧장 노예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폭탄, <하트비트>는 뚜렷한 이유도 논리적 설명도 불가능한 짝사랑에 관한 기발하고 재치있는 소품이다. 게이 프랑시스(자비에 돌란)와 마리(모니아 초크리)는 비슷한 취향으로 뭉친 절친. 그러나 파티에서 다비드상과 똑 닮은 니콜라(닐 슈나이더)를 만나 한눈에 반하면서, 지금껏 쌓아온 둘의 우정은 위태로워진다.
사랑 앞에 눈이 먼 프랑시스와 마리의 열띤 신경전. <하트비트>는 본인은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이 ‘이상행동’에 관한 보고서다. 니콜라에게 관심없는 척하는 거짓 대화들의 집중 추적, 니콜라를 만나기 전 그들이 약속장소에 입고 나갈 옷을 고르는 장면의 교차편집, 니콜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대화의 디테일까지 영화는 치사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둘의 민망한 애정고백을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짓궂은 관찰임에 틀림없지만,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 지켜보는 과정은 흥미롭고 유머러스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니콜라가 과연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아니다. 바로 그를 흠모하는 프랑시스와 마리, 혹은 이 세상 모든 짝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다. 영화에는 둘 외에도 구체적인 자신의 경험담을 토로하는 20대 남녀의 인터뷰 영상을 삽입해, 그 열병을 구체화시킨다.
<하트비트>는 19살에 만든 첫 장편 <나는 엄마를 죽였다>(2009)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오른 자비에 돌란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사뭇 비장한 전작과 달리 한결 가벼워진 <하트비트>를 두고 비난의 시선도 적지 않다. 그러나 돌란 감독은 “전작에 대한 기대와 부담을 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직접 프로듀싱을 비롯해 아트 디렉팅, 편집까지 담당한 그는 작정이나 한 듯, 영화에 자신의 취향을 총망라한다. 빈티지와 모던을 오가는 20대 감성의 구현은 열정적이지만 변덕스러운 또래의 사랑방식을 담는 효과적인 재료가 됐다. 시종일관 변화하는 영화의 템포 역시 귀여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bang bang> 음악에 맞춘 인물들의 교차편집은 <하트비트>의 기억할 만한 장면 중 하나다. 4살 때 CF 스타로 연기를 시작해 자국 캐나다와 프랑스를 오가며 연기를 해온 경력 역시 적극 활용된다. 짝사랑에 빠진 게이 프랑시스 역으로 직접 출연한 것. <하트비트>는 결국, 20대 초반의 감독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감각의 실험이다.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논하기에 앞서, 세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인 감독에게 이보다 더 즐거운 작업도 없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