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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반전과 엉뚱한 상황들로 만족스러운 코미디 <이층의 악당>

주로 강 선생(한석규)이라고 불리는 남자. 주로 연주씨(김혜수)라고 불리는 여자. 위층 남자, 아래층 여자, 그들이 한지붕 아래 같이 살게 된다. 강 선생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사실 골동품 밀매범이다. 그는 자신이 쫓던 값나가는 골동품 한점이 이 집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며칠간 여기 머무르며 조용히 그걸 훔쳐서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나는 작가인데 글을 쓰기 위해 조용한 집이 필요하다고 집주인 연주에게 핑계를 대고 2층집에 세입자로 들어온다. 남편을 잃은 뒤 연주는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딸은 사춘기를 지나느라 말썽을 일으키고 연주 자신은 남모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밤마다 술기운을 빌려 겨우 잠들고 깨어 있을 때는 짜증과 히스테리로 주위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윗집의 아주머니가 여자 둘이 사는 집에 남자를 들였다고 수군대도 연주는 돈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예상대로 상황은 묘해진다. 둘은 같이 지내다보니 정이 들고 연주의 기나긴 푸념을 들어주는 건 강 선생뿐이다. 물론 강 선생은 호시탐탐 도자기만 노리지만 연주는 그걸 모른다.

위층과 아래층에 사는 남자와 여자, 라는 식의 이야기는 오래된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변주도 가능하다. 둘은 칼부림을 할 수도 있으며 순수한 로맨스를 키울 수도 있고 그 밖에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층의 악당>이 선택한 방향은 코믹드라마다. 감독의 이미 알려진 영화 취향과 그리고 이 영화에 설정된 몇 가지 상황 때문에 불가피하게 히치콕 영화의 몇 가지 인장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히치콕을 떠올리게만 할 뿐, 이 영화를 움직이는 요체와 무관하다는 건 오해의 방지 차원에서 미리 말해두고 싶다. <이층의 악당>의 재미는 대개 코믹한 상황 설정에서 온다. 강 선생이 도자기를 찾으러 집 안의 지하실에 들어갔다가 갇히고 또 탈출하는 슬랩스틱한 장면이 그중 유독 재치있다. 혹은 스크루볼 코미디(남녀주인공이 속사포처럼 대사를 주고받으며 티격태격하다가 어느새 사랑에 이르는 장르)의 주인공처럼 보이는 두 인물의 대화도 종종 웃음을 자아낸다. 그것들은 한석규의 정중하면서도 어딘가 위협적인 말투, 김혜수의 겁먹은 것 같으면서도 유혹적인 표정들로 특화되었다. <이층의 악당>의 가장 중요한 목표치는 더도 덜도 없이 코미디에 있는 것 같다. 소소한 반전과 엉뚱한 상황들로 얼마간은 그 코미디가 만족스럽다. 다만 그 웃음만이 강조된 나머지 영화 전체의 투박함과 무미건조한 인상도 적잖이 함께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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