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보는 바람직한 지도자상이 지난 10년 사이 확 바뀌었다. 도덕적이고 민주적인 지도자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곱절 가까이 는 반면, 추진력있는 지도자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도덕적 지도자 21.5%→41%, 민주적 지도자 15.7%→25.4%, 추진력있는 지도자 53.9%→28.5%). 지지부진한 정책 추진과 눈치보기, 어설픈 타협·봉합에 열받아 했던 지난 정권 때의 기억이 새삼스럽다. ‘남다른 추진력’의 현주소를 우리는 난도질당하는 4대강에서 생생히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비판에 귀 막는 걸 넘어 아예 비판하는 입을 막아버리는 식의 막무가내 추진력은 거짓말을 낳는다. 거짓말도 얼마나 추진력있게 하는지 허술함을 메울 겨를조차 없는 듯하다. 고질적인 산골 동네 상수관 누수문제를 물부족으로 돌리고, 정작 그 동네까지는 공급되지도 않을 물을 확보한다며 강을 판다. 물이 부족하지 않다는 지적에는 홍수 피해 예방이 시급하다며 또 판다. 파려면 말이 되게 파든지, 물 잘 빠지고 돈도 덜 들 반원형 준설이 아닌 사다리꼴로 계속 판다. 대형 배가 다니기에나 딱 좋은 모양새인데도, 여전히 물 타령 홍수 타령이다.
천안함을 폭파시켰다는 ‘1번 어뢰’의 흡착물질을 폭발의 결과물로 볼 수 없다는 두 과학자의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정기영 안동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는 천안함 선체와 어뢰의 흡착물 시료를 분석한 결과 고온 폭발재가 아니라 해수에 녹은 상태에서 침전된 물질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 10월 양판석 박사(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의 “폭발재가 아니라 상온 생성물과 일치한다”는 보고서와 맥을 같이한다. 어지간한 대학이나 연구소면 갖추고 있는 장비로 분석이 가능한 결과라고 하는데, 흡착물질을 폭발의 증거로 내세웠던 국방부는 묵묵부답이다. 게다가 ‘물기둥을 봤다’는 증언자는 왜 국방부의 어느 조사보고서에도 ‘아직’ 등장하지 않는 걸까. 우리는 일찍이 도덕적 지도자(“통장 잔고 29만원”), 민주적 지도자(“나 이 사람 보통사람”), 추진력있는 지도자(“새벽종이 울렸네”) 다 겪어봤다. 최근 몇년의 경험을 더하면 지도자의 거짓말에는 면역이 생길 정도다. 거짓말 안 하는 지도자까지는 기대하지 않겠다. 부디 ‘거짓말 잘 하는’ 지도자를 가져봤으면 좋겠다. 거짓말에도 품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