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가이드: 정시전형 연극영화학과는 정시 ‘나’군에서 일반학생 27명을 선발한다. 올해는 영화연출 및 제작 전공은 18명, 연극 및 뮤지컬 연기 전공은 9명을 선발하며, 연극 및 뮤지컬 연출 전공은 선발하지 않는다. 전형방법으로는 영화 연출 및 제작 전공이 수능 70%, 실기고사 30%, 연극 및 뮤지컬 연기 전공이 수능 40%, 실기고사 60%의 비중으로 반영한다. 실기고사는 영화 연출 및 제작 전공은 제시된 단어 및 문구, 특정 장면을 토대로 10장면 내의 이야기를 시나리오 형식으로 3시간 안에 구성해야 하고, 연극 및 뮤지컬 연기 전공은 1분 미만의 지정연기와 1분 20초 미만의 자유연기, 간단한 구두면접으로 진행된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변화무쌍한 날씨의 연속이다. 지난해 개교 60주년을 맞은 경희대학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계절과는 무관한, 비교적 뚜렷한 목표를 설정한 변화라는 점이 날씨와 다른 점이긴 하다. 2011년부터 대학교육의 본질을 되찾겠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교양교육을 강화할 목적의 ‘후마니타스 칼리지’ 설립이 바로 변화의 씨앗이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일종의 교양교육 전담기구라 할 수 있다. 내년부터 경희대가 추진하게 될 계획의 큰 골자를 살펴보면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지휘 아래 다양한 교양수업의 이수는 물론, ‘시민 교육’과 ‘사회봉사’ 등 사회 전반의 ‘참여학습’을 유도해서 대학교육의 막중한 책임의식을 학원생 각자에게 고취시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건강한 시민사회 구현을 위해서 학교가 자식들을 똑바로 교육시키겠다고 선언하는 것 같다. 세부적인 변화 계획 중에는 경희대 학생이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항목들이 많지만, 글로벌 스튜디오 네트워크(GSN)에 관한 내용은 유독 눈에 띈다. 이 스튜디오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도울 콘텐츠 제작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어서 소개할 연극영화학과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임에 분명하다. 경희대가 앞으로 그려나갈 변화의 지점과 연극영화학과가 어디에서 어떻게 맞닿아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 시대에 필름을 다뤄볼 수 있는 기회
경희대 국제캠퍼스의 예술, 디자인대학관 지하는 연극영화학과의 주 무대라 할 수 있다. 타 대학의 연극영화학과에 비해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교과과정의 특성과 시설 보유 규모, 교수진을 비롯한 학생들의 열정 모두를 종합해보면 단순히 역사가 해당 학과의 질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건 최근의 몇몇 대학평가 내에서 경희대 연극영화학과가 차지한 순위만 보더라도 단박에 알 수 있다.
연극영화학과 김정호 학과장은 “연극 전공의 경우 커리큘럼 자체가 아무래도 뮤지컬쪽에 무게를 두어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연극 또한 고부가 가치산업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연출 전공에 있어서는 “1학년 때부터 다큐멘터리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처음 입학하면 흔히 TV영화나 극장에서 보는 극영화가 영화의 전부일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영상물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강조하기 위해서 다큐멘터리 장르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고. 결국 인간을 다루는 영화에서 다큐멘터리가 기본적인 도움이 될 거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또한, 디지털 시네마의 추세에 따라 “필름을 만져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2학년 2학기 때는 일부러 필름을 만져보고 작업할 수 있는 과목을 만들었다. “필름의 기다림이나 즉시 결과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껴보라는” 취지에서다. 100피트가량의 필름을 가지고 2인 1조가 되어 한 학기 동안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또 커리큘럼상의 주목할 만한 특징으로는 최근 다양하게 확장되는 인터넷 방송 시장의 변화를 가늠해보기 위해 2학년 2학기 때 ‘TV제작’ 과목을 신설했다. ‘경희 글로벌 스튜디오 네트워크’(GSN) 신설도 이같은 연극영화학과 내부 변화의 움직임을 가늠케 하는 주요 키워드다.
‘경희 글로벌 스튜디오 네트워크’, 즉 ‘GSN’(www.gsn.co.kr)은 예술, 디자인 대학관 내에 풀 HD 기반의 방송 스튜디오를 마련해 인터넷 방송, 화상회의 등을 실시간으로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글로벌 비디오 프런티어’라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이 직접 다양한 TV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타과 학생들도 모집을 통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기계를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주축이 될 수밖에 없다. 영화연출을 전공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필름을 넘어서 더욱 넓은 스펙트럼의 영상을 실질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다.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함과 동시에 해외탐방, 연수 등의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 등은 ‘글로벌 비디오 프론티어’의 큰 장점이다.
뮤지컬의 중요성 강조
연극 전공 수업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학과를 찾아간 날이 금요일이라 캠퍼스는 비교적 한산했지만, 역시나 시간과 날짜에 관계없이 연극영화학과의 ‘뮤지컬종합무용연기’ 수업은 진지한 적막이 강의실을 뒤덮고 있는 중이었다. 문을 살그머니 열기도 미안할 정도의 몇초간의 정적. 그것은 1인 즉흥극을 준비한 학생들이 발표를 위해 감정을 다잡는 순간의 적막이었다. 뜻을 알 수 없는 소품들, 이유를 알 수 없는 몇번의 몸짓, 한숨과 뒤섞이는 웃음소리, 다시 적막, 또다시 이어지는 다양한 몸짓. 이 수업은 학생들이 1분 동안 자유롭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노래와 음악에 맞춰 보여주는 1인 즉흥극을 배우는 수업이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스스로 컨셉을 짜고 거기에 내러티브를 부여하고, 동작을 첨가하고, 주제에 맞는 음악과 소품을 준비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지금은 몇주 뒤에 있을 최종발표를 위한 중간점검의 날이다.
한 학생의 발표가 끝나자, 왜 이리 못했느냐며 웃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친구의 몸짓을 곱씹는 이도 있다. 발표가 끝난 학생은 직접 자신이 표현한 것을 말로 풀어 설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창작력, 구성력, 연기력은 물론 노래실력을 포함한 세세한 능력까지도 모두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능력에 대해 즉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호 학과장은 커리큘럼의 구성에서도 언급했듯이 입시 선발 기준에서도 뮤지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실제 테스트 명칭도 연극 및 뮤지컬 연기이다. 대사와 노래, 춤이나 액션이 어우러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플러스 요인이다.
하나만 잘하면 된다, 고 말하던 전문가의 시대는 지난 것일까? 경희대에 부는 새바람의 기운이란, 어쩌면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갈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인재들로 성장하길 바라는 예비신입생들의 마음이 아닐까?
“학원에서 배운 건 다 알아요!”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 김정호 학과장
-학생들의 진로상담이나 졸업 뒤 지원에 대한 조언은 어떻게 해주나. =영화 하나만 보지 말고 다방면으로 보라고 충고한다. 전체 정원 중에 전공을 살려 남는 학생들이 적은 게 사실이다. 그럼 영화계에 남지 않을 나머지 학생들은 어쩌나 고민이 되더라. 그래서 영상작업은 하지만 영화는 아닌 직업을 찾을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한다. 대부분은 스스로 알아서 한다.
-실제 학생들의 분위기도 그런가. =아니다. 학생들의 분위기는 아직 영화만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가끔 너무 뒤늦게 영화가 내 길이 아닌 듯하다며 망설이는 학생들이 있긴 하다. 그래서 스펙트럼을 넓혀주려는 거다.
-최근 경쟁률이 어느 정도였는지? 변화가 있었나. =수시전형 때는 연극 전공이 160:1이었다. 정시는 50:1이다. 영화 연출 전공은 10:1 정도. 연극 전공은 지난해부터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수시전형이 까다로워질 거다. 내신을 많이 반영할 예정이다. 아예 언어영역만으로 1차 선발할 수도 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정시는 그대로 유지할 거다.
-실기 면접에서 감점 요인은 무엇이 있는가. =끼를 보여줄 욕심에 마술이나 태권도 등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우리는 가능성을 본다. 춤이야 배우면 되는 거고, 노래와 연기를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를 보겠다는 거다. 연출 전공도 시나리오 창작이 30% 반영된다. 단어의 조합을 활용해 신을 구성하거나 이야기를 만들어보라는 문제를 낸다. 학원에서 배워서 외워서 오는 건 보면 안다.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도 보면 안다. 그런 게 플러스 요인이다.
-어떤 인재상을 원하는가. =아무래도 열심히 하는 항생 아니겠나. 소속감을 갖고 있는 학생. 나도 영화가 종교였고 애인이었다. 그렇게 영화를 진지하게 생각해주는 학생들을 원한다. 그렇다고 영화만 바라보기보다는 삶에 대해 두루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잡학에 관심이 많아도 좋겠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성공하더라. 다방면의 독서는 필수. 음악영재는 있을 수 있어도 영화영재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