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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뒤섞여가는 인터넷 공간에 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목격담 <소셜 네트워크>
김용언 2010-11-17

“I want to have control/I want a perfect body/I want a perfect soul/I want you to notice/When I’m not around/You’re so fucking special/I wish I was special.”

영화 본편에는 등장하지 않는, 예고편에만 삽입된 <Creep>의 가사는 <소셜 네트워크>의 정서를 단번에 드러낸다. 혹은 제시 아이젠버그가 연기하는 마크 저커버그의 제스처를 보라. 그는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는 사람처럼 똑바로 걷질 못하고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몸을 비틀고 뛰듯 걷는다. 지나가는 사람이나 주변 경관을 둘러본다든가 하는 일이 일체 없다. 그는 몸은 여기 있되 정신은 다른 어딘가에 가 있다. 즉 누구보다 더 편안하고 자신있는 존재, 컴퓨터 속 네트워크로. 이건 기본적으로 소년들의 쓰라린 성장담이다. 상대방이 A라고 질문하면 A’로 답하는 게 아니라 C를 먼저 말해버리는 성급함, 하지 않아도 좋을 말을 불쑥 내뱉고는 금세 후회하는 치기, 더 좋고 더 쿨하고 더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바로 옮겨갈 수 있는 캐주얼함. 현재 기업가치 58조원에 달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리하여 순식간에 전세계 5억명에 달하는 가입자에게 환호를 이끌어내기까지 어린 천재들의 그같은 정서는 그야말로 악성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친구’를 맺은 사람과는 그의 친구의 친구까지 네트워킹할 수 있는 관용을 베풀고 같은 취향을 공유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친구 맺기 신청을 거절할 수 있는 배타적인 곳. 현실에서의 상처는 페이스북에서 또 다른 성취로 감당할 수 있고 보충할 수 있다, 고 그들 모두는 믿는다. “너네 사이트는 후졌어. 우리 사이트가 더 쿨하고 더 아름다워.”

<소셜 네트워크>의 감독 데이비드 핀처와 각본가 아론 소킨은 수줍음 많고 조용한 청년 마크 저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의 그리 별나 보이지 않는 성공담에서 무수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개인의 욕망이 시대정신과 어떻게 조응하는가? 마크 저커버그는 동시대 인간의 공통적인 욕망을 꿰뚫어본 천재인가, 타인의 아이디어를 훔쳐 조금 더 빠르게 발전시킨 사기꾼에 불과한가 아니면 사적 감정이 우연히 시대정신과 맞아떨어진 억세게 운 좋은 애송이일 뿐인가? 취향과 관계맺기의 욕망이 현실 세계와 너무 닮아 있지만 미묘하게 다른, 좀더 쿨하고 자유로운(듯 보이는) 인터넷이 어떻게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주거공간으로 바뀌는가? 답은 너무나도 여러 개이고 기억과 해석도 제각각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현실과 뒤섞여가는 인터넷 가상공간에 관한 가장 구체적이고 정확한 목격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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