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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행오버>를 능가하는 코미디

<컴백 록스타> Get Him to the Greek (2010)

감독 니콜라스 스톨러 상영시간 109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영어 / 자막 한글 / 유이케이 화질 ★★★☆ / 음질 ★★★☆ / 부록 ★★★

주드 애파토우 사단의 각본가로 먼저 인정받은 니콜라스 스톨러는 2008년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Forgetting Sarah Marshall)로 감독 데뷔를 치렀다. 그럭저럭 흥행엔 성공했으나 영화에 대한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는 애파토우 사단에서 나온 가장 재미없는 영화 중 한편이다. <뻔뻔한 딕 & 제인> <예스맨>의 각본가인 스톨러를 내버려둔 채, 배우 제이슨 시걸이 쓴 지루한 각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였으므로 결과는 예상된 거나 진배없었다. 하지만 스톨러는 시걸의 각본이 탄생시킨 단 하나의 보석에 주목했다. 그건 영국의 코미디언 러셀 브랜드가 분한 ‘알두스 스노우’라는 록스타 캐릭터였으니 믹 재거, 데이비드 보위, 로버트 플랜트, 액슬 로즈 같은 로커들의 선입견만 따다놓은 이 악당은 영화에서 유일하게 돋보인 인물이었다. 스노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각본을 써내려간 스톨러는 마침내 애파토우와의 두 번째 작업물인 <컴백 록스타>를 완성했다. 윌리엄 블레이크(맙소사!)의 시에서 이름을 딴, 그리고 스노우가 리더싱어인 가공의 그룹 ‘인펀트 소로우’가 사운드트랙 앨범까지 내게 된 사연은 그러하다. 하긴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를 기억하면 이상한 일도 아닌 거다.

인기의 절정에서 실수 한번으로 나락에 떨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유야 어쨌든 ‘시네드 오코너’가 그랬고, ‘딕시 칙스’가 그랬다. 유명 로커 알두스 스노우 또한 인기에 취해 살았다. 급기야 자기가 예수라도 된 줄 알았던 그는 별 의식도 없으면서 내전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를 주제로 노래를 발표했다가 호된 비판을 듣는다. 연인은 아이와 함께 떠났고, 다시 술과 마약에 손대기 시작했으며, 인기는 끝없이 추락했다. 몇년 뒤, 한 음반사의 회의에서 직원 한명이 스노우의 이름을 꺼낸다. 그의 말인즉,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스노우의 라이브앨범의 발매 10주년을 맞아 같은 장소에서 콘서트를 열면 어떻겠냐는 것. 기획에 동의한 사장의 명령에 따라, 순진한 남자 그린은 졸지에 임무를 떠맡게 된다. 임무란 런던에 있는 스노우를 3일 안에 LA의 ‘그릭 극장’으로 데려오란 것인데, 그게 LA에 눈이 오도록 만드는 것보다 힘겨운 일일 줄이야.

미국의 평단은 <컴백 록스타>를 <행오버>와 비교했다. 애파토우로서는 자기 사단의 영화보다 더 쿨한 코미디를 뽑아낸 자들을 내심 괘씸하게 생각했을 터, <컴백 록스타>는 어떤 의미에서 복수전과 같은 영화다. 제한된 시간에 모종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기본 설정이 비슷하고, 여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도 유사한 점이 많다. ‘매번 끼어드는 골칫거리, 정신을 잃고 흥청망청하는 인물들, 문란한 행동이 초래한 후유증’에선 분명 <행오버>가 떠오른다. 차이가 있다면 인물의 든든한 구축과 훈훈한 관계의 형성이라 하겠다. 섹스와 마약과 술에 환장하고, 매사에 자기중심적이고, 무엇보다 통제가 불가능한 로커와 소심하고 착하고 평범한 직장인을 대비하되 영화는 현실성을 잃지 않는다. 그럴 법한 인물들이 그럴 듯한 이유로 위기에 처하게 줄곧 놔두지만, <컴백 록스타>는 상반된 두 인물이 공감하고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하는 데도 게으르지 않다.

로커라 해도 속을 정도로 뛰어난 변신을 보여준 러셀 브랜드는 물론, 어느덧 애파토우 사단의 주연배우로 성장한 조나 힐(그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에서 스노우의 열렬한 팬으로 나왔다)의 귀여운 연기도 한몫한다. 카메오로 출연한 유명인을 찾는 맛도 쏠쏠하다.

<컴백 록스타>는 개봉 없이 홈비디오로 직행했는데, DVD는 감독, 배우, 제작자가 참여한 음성해설과 ‘웃기는 장면 모음’(5분)을 부록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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