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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영어 대화, 문법적으로 틀려도 괜찮아

김태용 감독의 리메이크작 <만추>의 어색함에 관하여

<만추>

나는 <만추>가 마음에 들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번 가을 부산영화제에서 가장 열띤 경쟁 속에 구한 것이 <만추>의 티켓이었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의 의견은 양 극단으로 나뉘었다. 내가 보기에 영화의 분위기와 이미지는 뛰어났다. 김태용 감독이 스크린상의 감정들을 잡아내는 능력은 다른 감독들이 따라잡기 힘든 것이었다. 그중 키스장면은 올해 본 최고였을 뿐만 아니라 결말도 완벽했다.

<만추>를 좋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다소 어색한 점을 받아줘야 한다. 김태용 감독이 그의 영화에 새로운 창조성을 불어넣은 것은 틀림없지만, 때로 그의 창조적 생각들은 도를 지나친다. 놀이공원에 갔을 때의 환상 시퀀스를 보며 처음에는 매혹됐지만 지나치게 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오래 지속됐다.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게 일정 정도의 관용을 요구하는 영화다.

<만추>의 또 다른 어색한 점은 영어 대화다. 배우나 감독에게 외국어로 영화를 찍는 것은 힘든 작업이다. 그러나 어쨌든 제대로 된 영어 대화를 찍어내는 건 중요하다. 대화가 어색하면 일단 영화가 외국에 팔릴 가능성이 적다. <만추>에 대해 가장 심한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인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한국영화가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점점 더 많은 영화들이 외국어를 포함한다.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이 그중 하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영어 대화에 관한 한, 한국 감독들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듯하다.

비교를 위해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에 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대화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오념진이 연기한 대만 사업가는 오가타 잇세이가 연기한 일본 사업가를 만난다. 양쪽 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낮은 수준의 영어로 대화한다. 사업 얘기를 하지만 곧 그들의 대화는 좀더 개인적인 얘기로 옮아간다. 대화는 띄엄띄엄 이루어지고 배우들은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으로 말하지만 이 장면은 아름답고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만추>에서도 두명의 아시아 캐릭터가 영어로 대화한다. 그러나 현빈탕웨이의 대화는 확연하게,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쓰고 배우들에게 줘서 외우도록 한 대사다. 이 두 배우는 그들의 악센트를 향상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연습했을 것이다. 그들의 영어 실력은 오념진이나 오가타 잇세이보다 뛰어나고, 그들의 대화에는 아무 문법적 실수가 없다. 그러나 <하나 그리고 둘>의 대화장면이 삶의 느낌으로 충만한 것에 비교해볼 때, <만추>의 대화장면은 어색하게 느껴질 뿐이다.

영어가 비모국어인 사람들의 영어는 그 자체로는 어색하지 않다. <만추>가 어색한 것은 모국어 수준으로 말하는 영어 실력과 대화의 복잡함과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말하는 능력과 악센트 사이의 격차 때문이다. 이 격차는 실제 삶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화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영화가 만들어내려 노력해온 사실성이라는 환상은 무너지고 만다. 배우들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처럼 말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대화 역시 외국인이 실제로 쓰는 좀더 단순하고 덜 다듬어진 영어로 이루어져야 한다.

영어 교육에 국가적으로 집착하는 한국 같은 나라에서 ‘<만추>가 필요로 한 것은 좀더 많은 문법적 실수였다’고 말하면 어느 누구도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의 대화가 배우들의 영어 능력에 맞게 쓰여졌더라면 좀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리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면 캐릭터들의 인간적 느낌도 더 잘 표현됐을 것이다. 한국 감독들은 영어 대화에 대해 다른 태도로 접근해서, 좀더 단순하고 좀 덜떨어진 영어 대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대화에 의존하는 정도를 줄이는 편이 바람직하다.

달시파켓은 Koreanfilm.org의 운영자이며 영국 영화업계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평론가, 우디네극동영화제와 산세바스티안영화제의 어드바이저로 활동 중이다. 그는 1997년부터 서울에서 살며 한국영화를 감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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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