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이 당신을 빼놓지 않도록, 함께해’야 할 인구주택총조사를 마감에 쫓기는 조사요원이 나를 미워하지 않도록, 겨우 마쳤다. 이런 좋은 전수조사에서 4대강 사업 찬반 여부를 묻지 않은 건 참으로 아쉽다. 안으로는 4대강, 밖으로는 G20이 전부인 ‘시대’에 말이다.
이런 시대 국민이라면 지켜야 할 ‘글로벌 에티켓’이 있다. 내가 접한 것 중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하도 배꼽을 쥐어서) 몇 가지 명문을 소개하면 이렇다. ‘외국인을 만나면 “헬로” 하면서 웃어보세요’, ‘외국에서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마시는 것은 알코올 중독자뿐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지나가다 부딪쳤을 땐 잠깐 멈춰 서서 미안하다고 말합시다’…. 이런저런 행사를 빌미로 공중화장실에 스티커 몇장 붙이고 정부지원금 타내는 정체불명의 OO연합회가 아니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내놓은 개선(계도)안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각국 정상과 귀빈을 내가 만날 일이, 특히 몸 부딪힐 일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출처를 보니 죽자고 하는 일에 웃자고 덤볐나 싶다. 그런데 중요한 게 빠졌다. 포스터에 쥐를 그려넣으면 절대 안된다는 것.
서울 서대문구청 생활지원과에서 배포한 음식물 쓰레기 배출 자제 요청 포스터는 그 어느 쥐그림보다 생생해 놀랍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지구본 모양이 안경을 쓰고 쓰레기통을 살피고 있는데, 그 안경 너머의 눈이 바로… 쥐눈이잖아. 으하하하. 서대문구청 공무원들 만세. 과도한 동원에 극심한 불만을 품은 게 아니라면 이런 도저한 풍자는 탄생할 수 없다. ‘쥐벽서’ 잡는 검찰 더 바빠지겠다.
기왕 하는 김에 아예 집밖으로도 못 나오게 하시지. 입냄새는 어떡하냐고요. 회담 이틀간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주면 정말 좋을 텐데. 차량 2부제도 강조할 필요 없고 국민이 글로벌 에티켓 안 지킬까 염려할 일도 없으니 일석이조잖아요. 무엇보다 휴일도 연·월차도 없이 잔업·야근·특근에 시달리는, 그리하여 ‘경계해야 할 사회불만 세력’인 전태일의 후예들에게 이만한 선물도 없을 겁니다. 대신 일당은 쳐주시고요. 무슨 돈으로 하냐고요? G20 정상회의 하면 돈 버는 거 아니었나요? 돈도 못 버는데 이런 ‘쌩쑈’는 왜 하는 겁니까. 글로벌 비즈니스 프렌들리하신 ‘정상님’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