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연구과정 애니메이션 <집> 해외 포스터.
미안하다. K에게 이 스마트한 지면을 채워 달라 부탁받았을 때, 즉각 “원고료가 얼마예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뭐, 시키니까 해야죠!” 하면서 쿨한 척해 미안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 <집>의 제작후기를 담당하는 Y. 원고 마감을 독촉하다 결국 지쳐버린 그녀에게 “힘내요. 이제 조금만 다듬고 보낼게요”라고 뻥쳐서 미안하다. 솔직히 집에 오면 장문의 원고보다는 140자 내로 깔끔하게 쓰는 트위터에 집중했는데, 팔로 좀 늘리고 싶었다(참고로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연구과정 3기 장편작품들은 다가오는 12월에 CGV 무비꼴라쥬를 통해 개봉한다). 인디포럼을 통해 만나게 된 S. “PD님, 괜찮은 시나리오가 있는데… 좋은 PD 없을까요?”라며 대놓고 물었는데, “글쎄요. 찾아보겠습니다” 하고 넘겨버려 미안하다. CGV 무비꼴라쥬에서 준비 중인 관객이 만드는 영화제의 사무국장 J. 주말회의를 위해 불철주야 예산부터 프로그래밍까지 정리해왔는데, “우리 라면 먹어요. 점심부터 당겼어!”라고 깐족거려서 미안하다. 원래 내일을 위해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사람에게 죽는다. 나 뭐라는 거니. ;; 어느덧 영화를 좋아하던 아이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갈수록 알고 있던, 혹은 알아가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만 하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조차 불분명하다.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될 것도 아닌데, 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은지. 나무아미타불아멘이다. 아무쪼록 언제가는 이 미안함을 다 갚았으면 좋겠고, 결국 이 미안함 때문에 계속해서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