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라는 말을 창시한 체코 소설가 카렐 차페크의 문명 비판 소설, 땅땅.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맞는 소개다. 1936년의 유럽은 아주 작은 불씨만 떨어져도 바로 전쟁이 터질 분위기였다. 카렐 차페크는 이 살 떨리는 시기가 어떻게 탄생하였는지, 도롱뇽을 알레고리 삼아 이야기를 끌고 간다. 우연히 발견된 바닷속 도롱뇽은 도구를 잘 다루고 인간 언어도 배우는 능력자들이다. 인간은 도롱뇽에게 처음에는 진주 캐는 일을 시키다 욕심이 나자 그들을 사육해서 착취한다. 도롱뇽을 항만과 댐 건설현장 등 노동력이 필요한 곳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그 결과 자본주의 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한편 인간사회로 침투한 도롱뇽 집단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곳곳에서 격한 논쟁이 벌어진다.
차페크는 당대 현실이 요구하기 때문에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고로 21세기에는 그 전개가 다소 빤하게 느껴질 운명이다. 제목처럼 전쟁이 터졌다는 걸 모두 아니까. 하지만 고전은 시간의 공격을 버티고 살아남는 법, 지은이는 인간이 도롱뇽에 관해 떠드는 말들을 뻔뻔스러울 만큼 능청맞게 지어냈다. 도롱뇽 의무교육 논쟁이 터져나오고, 인도주의자들은 도롱뇽 보호연맹을 만들고, 예술가 청년들은 도롱뇽 문명을 추종하고, 사회주의자들은 도롱뇽을 위한 공산당 선언을 쓴다. ‘도롱뇽댄스’라는 섹시댄스를 집단으로 추며 구애한다는 수컷 도롱뇽 관찰기는 애교스럽고, 유명인들이 도롱뇽에 관해 한마디씩 던진 경구는 썰렁하게 웃긴다. “도롱뇽은 한 마리도 본 적 없지만 음악이 없는 생물체라면 영혼도 없으리라 확신한다.”(토스카니니) 이러한 농담들은 요란하다 못해 종종 과하고 냉소적으로 느껴지는데, 다 읽고 나면 이 과함과 냉소가 인류 문명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절망 때문에 생겨났다는 걸 알게 된다. 한 가지 더, 역사는 반복되니 도롱뇽이 잔인하게 당하는 모습은 이주노동자들이 토끼몰이 당하는 모습과 닮았다. “우리는 그저 우리 말들을 똑같은 네모 칸으로 옮기면서 과거와 똑같은 패배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