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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와 권총… 그 야릇한 상상력 속으로

제4회 핑크영화제, 11월5일부터 14일까지 씨너스 이수와 이채에서

<아저씨 천국>

핑크영화제가 올해로 벌써 4회째를 맞는다. 핑크영화는 야한 영화라기보다는 장르영화이다. 일본 AV영화와 달리 핑크영화는 실제로 정사를 하지 않으며 성기 노출은 금지되어 있다. 야한 장면만을 목적으로 핑크영화를 선택한다면 오히려 실망할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일본 영화시장이 어려워지자 1시간 정도의 상영시간에 4∼5회 정도의 베드신만 충족하면 자유로운 창작을 보장받은 핑크영화로 감독들이 몰려들었고 핑크영화는 그들의 자유로운 실험과 훈련의 장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핑크영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예찬이나 분별없는 수용은 금물이다.

핑크영화가 50년을 버텨오면서 두꺼운 층을 가지고 있고 많은 수작들을 배출한 것도 사실이지만 장르의 틀과 전형 속에 갇혀 수준 이하의 작품을 만들어낸 것도 사실이다. 핑크영화가 자본의 논리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하지만 자본의 틀을 벗어날 수는 없다. 일본사회와 핑크영화 장르가 요구하는 이데올로기와 성에 대한 문화가 투영될 수밖에 없다. 남성만을 위하여 만들어지는 일본식 에로영화를 보기 위해선 또 다른 전복도 필요하다.

<황야의 다치와이프>

핑크 마스터피스에서 상영되는 <황야의 다치와이프>는 초기 핑크영화의 자유로움과 실험성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영화는 복수의 서사를 따라가는 듯 보이지만 그 복수는 한순간의 꿈이 되고 만다. 기억과 현실, 과거와 현재는 뒤섞이며 밀실에서 사막으로 공간이동까지 한다. 많은 상징과 실험적인 장면들, 다큐멘터리의 삽입 등 여러 경계를 넘나든다. 베드신에선 어울리지 않는 재즈가 흐르는 가운데 총으로 애무를 하며 주인공이 더듬는 여인의 몸은 석고가 되어 부서지며 얼굴은 마네킹으로 변한다. 적과 만나서 “네 심장이 보인다”라고 살의를 드러내면 “무슨 색깔이냐?”, “파란색”, “너 색맹이지?” 이런 식의 대사에다 갑자기 문학적 대사들도 등장한다. 놓치기 아까운 영화이다.

웰메이드 핑크에선 전주영화제와 핑크영화제에서 상영된 <도시락>으로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마오카 신지의 <아저씨 천국>이 기발한 상상과 재치로 관객을 만난다. 낚시로 대왕오징어를 잡으려는 조카와 악몽을 꾸지 않기 위해 잠자기를 거부하는 삼촌을 중심으로 영화는 현실과 상상, 삶과 죽음을 넘나든다. 졸음을 참을 때마다 발기가 되는 삼촌은 결국 뱀에 성기를 물려서 죽게 되고 조카의 여자친구는 염라대왕과 키스를 해서 삼촌을 살려낸다. 영화는 경쾌하고 가벼운 음악 속에 발랄하다.

하드코어 핑크에서 상영되는 <S&M 헌터>는 SM 문화를 모르는 관객에겐 거북하게 다가갈 수 있다. 영화는 남성과 여성의 대결구도가 명확하다. 조직의 여성들은 씨름 선수처럼 윗옷을 벗고 팔씨름을 하며, 마지막 대결에서 남자는 밧줄로, 여자는 쌍절곤으로 맞서는 식이다. 사디즘과 마조히즘에 대한 대단한 풍자를 발휘하지만 익숙지 않은 관객에겐 상당한 낯섦으로 다가갈 수 있다.

<트럭운전사 나미1>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조조 히데오의 작품 세편이 포스트 핑크에서의 <트럭운전사 나미1, 2>와 소프트 핑크에서의 <옷장 속 마이펫>으로 관객과 만난다. 그의 작품들은 실험보다는 드라마에 충실하다. 소프트 핑크에선 지난해 <OL 러브 쥬스>를 본 관객이라면 <OL 러브채팅>을 통해 다지리 유지 감독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가족의 문제를 다루어온 사카모토 레이의 <딸기와 권총>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형제가 새어머니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하며 가족의 문제를 세심하게 다룬다. 언급한 작품 이외에도 많은 핑크영화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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