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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시작하려는 우직한 다짐 <퍼머넌트 노바라>

이혼 뒤 어린 딸과 함께 고향 어촌으로 돌아온 나오코(간노 미호)는 미용실에서 일하게 된다. 고향에서 그녀는 고교 시절 교사 가시마(에구치 요스케)와 새롭게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함께 있다가도 갑자기 신기루처럼 사라지곤 하면서 그녀를 불안하게 한다. 그 와중에 미용실 단골 할머니들은 그 나이에 잘될 리 없는 섹스와 연애에 대한 수다에 여념이 없고, 소꿉친구 미쓰에(고이케 에이코)와 도모(이케와키 지즈루)는 남자에게 버림받기 일쑤다. 그러나 모두들 왠지 연애를 단념하지 않는다. 연애에 실패할 때면 그들은 미용실 ‘노바라’(들장미)에 와서 ‘퍼머’를 한다. 상처야 어쨌든 그저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사실 한번은 물어봤어야 한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라면발 같은 이상한 파마를 똑같이 하면서, ‘오래 가게 해달라’고 왜 꼭 부탁하는지. 이상하게 느낀 것이 질문되지 않을 경우, 보통 그 답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슬프기 때문이다. 단지 오래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 그 머리 모양에는 삶의 변화에 대한 체념이 있다. 삶이 더 나아질 수 없다고 믿을 때, 변화란 곧 불행을 의미한다. 그래서 현재를 유지하며 멈추게 된다. 이는 차갑고 거대한 바다에 막혀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해변에 영원히 멈춰설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퍼머넌트 노바라>는 진정한 행복을 위해, 거기서 절대 멈춰 서선 안된다고 울면서 신음하는 영화다. 그렇게 결심할 때 체념이었던 파마는 새롭게 시작하려는 우직한 다짐으로 탈바꿈된다.

영화 내내 나오코는 바다와 해변의 경계에 멈춘 채 더는 앞으로 가지 못하고 그곳을 서성인다. 바다는 배경이 되어 벽처럼 그녀를 가로막는다. <퍼머넌트 노바라>는 해변이 탁 트인 공간임에도, 그곳에서 그녀의 진퇴양난을 폐쇄공포에 가깝게 보여준다. 그녀가 이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바다를 향해 걸어가 자살하거나, 정신이상에 빠져 과거의 환상으로 도망치는 것뿐이다. 물론 도피는 행복으로의 구원이 될 수 없다. <돌스>에서 실연으로 정신이상이 되는 역을 했던 간노 미호가 이 영화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것은, 그녀가 그 불안이 육체적으로 현현된 배우이기 때문이다. 계속 회전하는 자전거 바퀴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나오코가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듯, 불안을 넘어 행복을 향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묻는다. 멜로처럼 보이지만 구원에 대한 영화, 체념에 빠져 있던 일본영화가 전력을 다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감성의 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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