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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검사, 스폰서의 거대 비하인드 파헤치기 <부당거래>
이화정 2010-10-27

계속된 검거 실패로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살인사건. 속이 탄 경찰청은 승진을 미끼로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황정민)에게 사건을 일임한다. 최철기는 스폰서인 장석구(유해진)를 이용해 ‘배우’를 세우고 대국민 대상 ‘이벤트’를 멋지게 마무리한다. 한편, 부동산 업계 큰손, 태경 김 회장(조영진)으로부터 스폰을 받는 검사 주양(류승범)은 최철기가 입찰 비리건으로 김 회장을 구속시켰다는 사실에 분개해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하고, 이들의 거래를 알아차린다. 오직 제 잇속 차리기에만 급급한 경찰, 검사, 스폰서의 거대 비하인드 파헤치기. <부당거래>가 포착하는 것은 바로 법과 정당성이 상실된 지금 대한민국의 현재다.

영화 속 인물들은 한치의 선도 허용되지 않는,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다. 진실은 결국 돈과 명예, 승진과 입찰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적이 될 수 있는 추하고 씁쓸한 인간의 속내다. 류승완 감독은 에두르지 않는 정공법으로 이 추악한 먹이사슬을 헤집는다. 주양을 비롯해 조연 캐릭터들에게서 감지되는 유머 코드들이 있지만, 대부분 뼈가 있는 일침으로, 현실을 비판하는 도구로 적절히 활용되는 수준이다.

얼핏 강우석과 봉준호 영화의 사회비판적 코드를 계승하는 듯싶지만,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 특유의 필살기로 그 연결을 거부한다. 가장 현실적인 순간에 가장 영화적인 방식으로 스크린을 장악하는 방식이다. 얽히고설킨 캐릭터들을 단선적으로 뭉뚱그리지 않는 세밀한 묘사, 긴장의 고조를 제대로 짚어내는 음악과 다종다양한 인간들의 실체를 비장미 가득하게 잡아낸 촬영이 힘있게 뒷받침됐다. 막바지 결론이 좀더 임팩트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제외하곤 나무랄 데 없는 연출이다. 현실 비판을 베이스로, 액션 누아르가 주는 장르적 재미를 놓치지 않은 덕에,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진화된 형태의 완성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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