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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상상적 세계가 담을 수 있는 철학적 보폭을 여실히 보여주는 <스카이 크롤러>

근미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암울한 시대. 복고풍 비행기를 몰고 나가 양편의 전사들은 서로 싸우다 죽는다. 그리고 그 장면은 방송으로 중계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건 실제 전쟁이 아니라 전쟁 쇼다. 두개의 회사가 그 쇼를 운영한다. 한쪽은 티처라 불리는 어른 조종사가 버티고 있고 그 반대쪽에는 킬드레라 불리는 아이들 조종사 집단이 있다. 요이치(가세 료)도 그 킬드레 중 한명이다. 이들의 존재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 소년 비행사들은 자라지 않는다. 전쟁 쇼에 나가 전사해야만 죽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매일을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그들 중 일부는 내가 킬드레인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또는 언젠가 겪은 듯한 데자뷰에 대해서도 말한다. 어른과 아이들의 싸움,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아이들, 반복되는 시간, 설명하기 어려운 해괴하고 어두운 세상이 버티고 있다.

3차원적인 시점과 속도감의 비행기들의 공중전은 이 영화의 놀라운 장관이다. 주인공 요이치로 목소리 출연하는 가세 료의 음성과 가와이 겐지의 음악은 신궁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아득하고 신기하다. <스카이 크롤러>는 애니메이션의 상상적 세계가 담을 수 있는 철학적 보폭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오시이 마모루의 복귀를 고대했던 관객이 적지 않았는데 그가 일말의 실망도 주지 않아 다행이다. <스카이 크롤러>는 영화화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은 지 오래였다. 원작자 모리 히로시가 “나의 모든 작품들 중 영화로 옮겨지기에 가장 어려운 작품”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오시이 마모루의 비범한 애니메이션 <스카이 크롤러>는 모두의 예상을 넘어 비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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