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뿐 아니라 국제영화제까지 공습했다. 이스라엘영화제가 초청자들의 잇단 취소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가자지구 공습으로 9명이 죽은 참상을 들어 멕 라이언과 더스틴 호프먼이 앞서 열린 예루살렘영화제에 불참을 선언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영화인들이 이스라엘영화제에 대해 가지는 반감은 유대계 영국인 마이크 리 감독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드러났다. 당초 마이크 리 감독은 ‘샘 슈피겔 영화, 텔레비전 학교’에서 진행되는 마스터클래스 강사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의 시민권 수정법안 추진과 관련해 난색을 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보수정부가 내린 이 법안은, 비유대인이 시민권을 취득하려면 이스라엘이 ‘유대국가이자 민주국가’임을 인정하고 충성서약을 하도록 규정한 내용이다.
마이크 리 감독은 영화제 주최쪽에 보낸 불참 통보서에 “실망시켜서 미안하다. 하지만 다른 선택은 없다. 갈 수 없고 가고 싶지도 않고, 가지 않을 것이다”라며 팔레스타인계 주민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법안에 대한 정치적 소신을 밝혔다. 또 지난 5월, 이스라엘 특공대가 가자지구행 국제구호선을 공격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방문을 취소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며, “좀더 빨리 결정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두고 “어린이를 포함한 무고한 사람들을 끊임없이 사지로 몰아넣는 무자비한 행위”라는 비판을 덧붙인 그는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방문 초청에 응할 것”이라고 편지를 맺음했다. 한편, 영화제쪽은 마이크 리의 결정에 대해 ‘현실에 직면하는 대신, 오히려 가장 멀리 달아난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해로 25회를 맞는 이스라엘영화제는 지난 10월20일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서 개막해 오는 11월4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