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20대 개x끼론’이라는 게 있다. 문자 그대로, ‘요즘 것들 못쓰겠어’의 2010년 대한민국 버전이다. 촛불시위에 교복 입은 애들보다 대학생 보기가 더 힘들더라, 20대가 투표를 안 하니 나라꼴이 어쩌고, 부모 등에 업혀 제 손으로는 할 줄 아는 것 없는 철부지들, 학점 딸 줄은 알아도 세상물정을 모르는 애들이라고 한다. 정말 그런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는 다 안다고, 청춘이 뭔지 겪어봐서 안다고 말하는 머리 굵은 어른들의 눈을 뜨게 해준다. <닥쳐라 세계화>를 쓴 엄기호는 대학에서 만난 학생들과 말과 글을 통해 요즘 20대의 머리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앎의 대상이 아니라 지적 파트너로서. 예컨대 20대에게 김예슬 선언은 복합적인 문제 덩어리였다. 김예슬의 용기는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그녀가 옳다면 그녀가 비판하는 트랙 위에 올라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는 나는 뭐지? 그럼 나를 부정해야 하나? 아니, 그건 그렇고 이렇게 글을 잘 쓴다면 대학에서 뛰쳐나가도 취직은 잘하겠네. 내게 이 정도 글재주가 있다면….
얼굴도 몸도, 나아가 캐릭터도 가능한 한 튜닝해 세상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 몸은 노동윤리의 대상에서 자기관리라는 새로운 윤리의 지표가 되었다. 옷입기는 그보다 첨예한 가치관 충돌의 장이다. ‘나를 드러내기’와 ‘남과 다르지 않음을 드러내기’, 얼핏 보면 이율배반적인 이 두 가지는 소비를 통해 동시에 드러나야 한다. 대학에 가기 위한 학원비에서부터 대학등록금, 생활비와 취직 준비에 필요한 돈(인턴십 대부분은 거의 무보수에 가깝게 진행된다)… 그 모든 것에 돈이 든다. 이들에게 자유란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시절의 그 ‘정치적 자유’가 아니라 ‘경제적 자유’다. 그래서 이들이 움직이는 동력 역시 이전처럼 오직 정치만일 수는 없다. 이들이 정치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은 오락을 방해받고 금지될 때, 자신의 일상이 정치에 의해서 심각하게 방해받고 있다고 느낄 때다. 그러니 이 책은 앞으로의 한국사회와 정치에 대해 예측해볼 잣대를 제공하는 셈이다(결론은, 니들 생각대로는 안된다 정도겠지만).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 <4천원 인생>(안수찬 지음, 한겨레 출판)을 강추한다. 이 책에서 묻어나는 눈물이 비단 20대의 것만은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