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열전3> 6th-연극 <너와 함께라면>
10월31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 출연 송영창, 서현철, 추귀정, 박준서, 이세은, 김유영, 조지환, 최정헌 02-766-6007
120분 내내 웃음의 속사포다. 미타니 고키의 신작 <너와 함께라면>은 이번에도 강력한 웃음 실탄을 장전했다. <연극열전2>의 히트작 <웃음의 대학>을 능가하는 폭발력이다.
이야기의 전말은 이렇다. 코이소가의 연례행사 나가시 소멘(흐르는 물에 국수를 띄워 먹는 일본 전통 풍습) 준비가 한창인 여름날, 스물여덟살 큰딸 아유미(이세은)의 남자친구 켄야(송영창)가 불쑥 집에 찾아온다. 청년사업가인 줄 알았는데 맙소사, 70대 노인이다. 애지중지 딸을 키워온 아빠(서현철)는 기절초풍할 지경이다. 그런데 아내가 놀랄까봐 두딸의 거짓말에 동참한다. 엄마(추귀정)는 사위를 시아버지로 오인하고, 말없이 들이닥친 켄야의 아들(박준서)은 아유미의 엄마를 새어머니 감으로 착각한다. 오해는 쌓이고 이야기는 점점 꼬여간다. 얼핏 연극 <라이어>를 연상시키는 코미디 스타일이지만, 미타니 고키의 <너와 함께라면>은 <라이어>에 비해 훨씬 현실 밀착형이다.
거짓말은 또 거짓말을 낳고, 그럴수록 객석의 웃음도 커져간다. 이는 작가 미타니 고키의 힘이다. 웃음을 둘러싼 검열관과 작가의 줄다리기를 그린 <웃음의 대학>이나,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매직 아워>을 기억한다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것이다. 그는 언어유희나 슬랩스틱 코미디보다는 특정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웃음을 길어올린다. 동시에 평범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기막힌 상황은 ‘있을 법한 일’로 가정되며 관객을 무장해제한다. 시종일관 잠옷 차림의 아버지, 어눌한 종업원, 콧구멍에 땅콩을 넣고 멀리 보내기가 장기인 막내딸, 삐삐의 진동 소리에 온몸으로 반응하는 겐야 등 이들은 독특해 보일 뿐, 억지스럽지 않다. 여기에 영원불멸의 주제 사랑이 연극 <너와 함께라면>을 무작정 웃음으로만 기울지 않게 한다. 거짓말로 가득한 이 연극이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시로 터지는 웃음 핵폭탄의 핵은 배우 서현철이다. 올해 데뷔 16년차. 연극판에서는 배꼽 잡는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통한다.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털보 장씨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그는 표정, 몸짓, 능청은 물론 타이밍까지 희극 연기의 극점을 보여준다. 더불어 <아저씨> <퀴즈왕> 등 최근 스크린에서 자주 만나는 배우 송영창의 귀여운 애교도 명불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