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도 보도 못한 두 단체가 <조선일보>에 실은 광고는 동성애가 등장하는 드라마 때문에 ‘그집 아들’이 게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건데, 그런 식이면 드라마 보고 망가진 시어머니나 사기꾼 된 남편이나 집 나간 며느리나 바람 피우는 딸은 어쩌라고요. <파워레인저>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고 막대기 휘두르거나 생떼 쓰는 아이는 또 어쩌고요.
하지만 난 이 광고가 왜 좋은 거니. ‘에이즈로 죽는다’는 헛소리 빼고는 말이다. 이런 내가 변태라고 해도 할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동성애가 노출되는 건 환영이거든. 광고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내용도 (비록 반대한다는 거지만) 강조했다. 김조광수 언니가 말했듯이 ‘호모’가 아니라 ‘게이’라고 명명한 것은 세상 좋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경찰청장이 총기와 음향대포의 안전성 검사는 안 한다고 대놓고 말하듯이, ‘그집 신문’이 광고 문구 검사 안 하는 것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내용이 너무 “시대의 뒷전”*을 헤매는 것 같잖아. 세상은 이미 나쁜 남자 김남길이 동성애 영화에 출연한 후일담으로 “(감정 연기와 관련해) 커밍아웃한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공중파에서 대놓고 떠드는 시대거든(하지만, 남길씨. 자긴 아니지? 아니어야 해. -열살 많은 누나가).
시끄럽게 떠들면 언젠가는 게이들이 없어지리라 여기는 이런 유의 ‘음향대포’는 아무리 데시벨을 높여도 공격용으로 쓰일 수 없다. 그저 ‘그집 아들’이 불쌍할 뿐이다. 드라마 작가는 “웃음도 안 나온다”고 일축했으나, 방송국 주요 간부들 중에는 상당한 ‘게이 포비아’들이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살짝 주목된다. 법무부가 지난 8월 동성애에 대한 비중이 높다며 교도소 안에서 이 드라마를 더이상 못 틀게 한 일도 있었으니까. 어쨌든 이 드라마가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수능 논술에 도움이 될까 찾아보는 청소년들이 있을 수 있겠다. ‘바른 성문화’를 위하는 ‘참교육 어머니’들이라면 부디 이성애가 나오는 드라마도 꼭 챙겨보여주시길(드라마 때문에 성적 취향이 바뀐다면서요).
*고은 시인의 시 <대동강 앞에서>에서 따왔다. 그가 노벨 문학상에 이름이 오르내린 적은 많지만, 남북 상황이 이러하고 김씨 부자 사정이 저러하니 올해는 왠지 아쉽다. 여기서 김씨 부자는 주먹 잘 쓰는 한화 김씨 부자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