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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고? [1]
김도훈 2010-10-14

22년 만에 만든 속편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올리버 스톤의 <월 스트리트>는 지난 1987년에 개봉했다. 전설적인 악당 고든 게코는 교도소에 수감됐고, 올리버 스톤은 노장이 됐다. 전편으로부터 무려 22년이 지난 지금, 속편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가 10월2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해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영화를 보고 감독과 배우를 만났다.

“돈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 <월 스트리트>(1987)의 주인공 고든 게코가 던진 대사는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명대사 중 하나가 됐다. 22년 만에 제작된 속편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가 게코의 명언을 아예 제목으로 끌어온 건 당연하다. 물론이다. 돈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 월 스트리트 악당의 추락을 보여준 <월 스트리트>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으로 뛰어든 사람들은 모두 게코가 되고 싶어 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돈은 잠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게코의 명언처럼) “탐욕은 좋은 것”이라고 모두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리버 스톤은 22년 만에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지난 5월12일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으로 첫 공개된 영화를 보면서 모두가 궁금해했던 질문이다.

게코가 월 스트리트로 복귀한 까닭

20여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니만큼 전편 <월 스트리트>의 이야기를 되새김질할 필요가 있다. 증권거래소에 근무하던 주인공 버드 폭스(찰리 신)는 좀더 빠르게 돈을 만지기 위해 자본주의 악당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러스)를 찾아간다. 고든 게코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저렴하게 구입한 뒤 갈가리 해체시켜 고가에 팔아먹는 방식으로 갑부가 된 악당이다. 물론 할리우드영화 속의 악은 응징받는 법이다. 게코는 결국 정신차린 폭스의 계략에 빠져 주식거래법 위반으로 교도소에 들어간다. 해피엔딩이다. 그래서 현실의 월 스트리트도 개과천선했냐고? 그럴 리가 있겠는가.

<월 스트리트>가 개봉한 1987년 이후,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 경제는 계속해서 고든 게코의 명언을 따랐고, 결국 (거의) 몰락했다. 회계 조작과 부당 거래가 연이어 폭로됐다. 기업이 이끄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증권시장은 폭락했고 달러는 추락했다. 이런 와중에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고든 게코를 교도소에서 월 스트리트로 다시 복귀시키며 시작된다. 수중에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구식 노키아 휴대폰밖에 없는 그는 다시 월 스트리트로의 복귀를 꿈꾸고, 자신의 딸 위니 게코(캐리 멀리건)와 사귀고 있는 신예 증권 트레이더 제이콥 무어(샤이어 라버프)와 손을 잡는다.

일종의 멜로드라마이자, 윤리극

예상과 달리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의 칼날은 좀 무디다. 올리버 스톤은 이 작품 직전에 만든 다큐멘터리 <South of the Border>를 통해 중남미 국가들의 사회 시스템을 훑어보며 미국적 자본주의를 쿡쿡 찔러댄 바 있다. 하지만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날카롭게 자본주의 시스템의 허점을 까발리고 공격하는 영화는 아니다. 올리버 스톤은 오히려 ‘야망’이라는 개념에 대한 일종의 멜로드라마이자, 고든 게코의 개과천선에 대한 윤리극으로서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를 완성한 듯하다. 전편에서 ‘돈이냐 혹은 더 많은 돈이냐’를 고민하던 고든 게코는 이제 ‘돈이냐 혹은 가족이냐’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과연 당신은 동의할 것인가.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는 10월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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