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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록, 호러, 쇼를 즐겨라
심은하 2010-10-07

뮤지컬 <록키호러쇼>

10월10일까지/ 코엑스아티움/ 02-501-7888

원조는 역시 달랐다. <톡식 히어로>의 노골적인 성적담론과 신체훼손, <헤드윅>의 섹시한 여장남자, <이블 데드>의 좀비와 피비린내. 이들 컬트 뮤지컬의 뿌리인 <록키호러쇼>의 오리지널 버전이 국내 처음 상륙했다. 그동안은 라이선스 공연으로만 여섯 차례 만나왔다.

컬트영화 <록키 호러 픽처쇼>(1975)를 잉태한 38년된 뮤지컬의 힘은 여전히 펄펄하다. 원작자 리처드 오브라이언이 진두지휘하는 오리지널팀은 군더더기없는 구성에 박진감 넘치는 속도를 자랑한다. 흥겨운 록음악이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들고,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과 코믹한 행동이 웃음을 유발한다. 더이상 컬트문화가 소수의 소유물이 아님을 외치듯,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흥겨운 엔테테인먼트로 진화했다. 괴기스럽고 음탕한 느낌의 세트, 양성애, 외계인, 인조인간, 강렬한 록사운드와 아찔한 란제리룩. 파괴적인 성적 에너지로 가득한 오리지널팀의 무대는 제목 그대로 에로틱, 록, 호러, 쇼다.

이 난잡하고 황당무계한 쇼는 브래드와 자넷이 약혼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은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폭우 속에 자동차 고장까지, 남녀는 꼽추 리프래프의 속사포 같은 유혹에 넘어가 낯선 대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음침한 대저택에서 오늘밤 그들만의 파티가 벌어진다. 독특한 취향을 지닌 대저택의 주인이 망토를 휘두르며 등장한다. 울퉁불퉁한 근육 위로 블랙 코르셋에 망사 스타킹, 반짝이는 킬힐을 신은 양성애자 프랭크. 첫곡 <스위트 트랜스베스타이트>를 부르는 순간 육중한 남성미는 여성스런 표정과 손짓에 부드럽게 매혹된다. 이 뮤지컬 역사상 첫 흑인 배우라는 프랭크 역의 후안 잭슨은 서툰 한국말로 쇼맨십까지 더한다. 여기에 꼽추 리프래프의 시원한 록 발성, 그리고 무엇보다 <타임 워프>에 맞춰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관객참여형 연출이 유쾌하다. 하지만 한국인 내레이터의 존재감은 희미하고, 20분 휴식시간은 1시간30분짜리 쇼의 흥겨움을 끊어놓는다.

‘음탕해지고 싶어요’, ‘꿈 꾸지마, 행동으로 보여줘’ 등의 노래 가사처럼 가식을 모두 던져버려라. 그리고 거대한 광기의 파티를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