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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가 암시하고 예고한 모든것을 보여준다<대부2>
김혜리 2010-10-06

평론가 폴린 카엘은 <대부2>를 가리켜 “우리가 태어나기 전 부모의 모습이 어땠는지, 그들이 겪은 일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을 채워주는 영화”라고 썼다. <대부2>는 가족을 잃은 아홉살 시실리 소년 비토 콜레오네(로버트 드 니로)가 뉴욕으로 도망쳐 이탈리아 이민자 사회의 ‘대부’로 변모하기까지와 후계자 마이클(알 파치노)이 미국 최대 마피아 조직의 냉혹한 보스로 군림하는 과정을 나란히 보여준다. 인서트에 가까운 한 장면을 제외하면 총 열두 토막으로 구성된 <대부2>는 정확히 여섯 단락씩 차지하는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는 끝내 한 프레임에 잡히지 않는다). 성스러운 결혼식과 세례식을, 은밀한 거래 및 피투성이 학살과 교차편집하며 서스펜스를 높였던 <대부>의 시퀀스 편집 기법을 영화 전체의 구성 원리로 확대한 셈이다.

<대부2>는 ‘파트2’라고 제목을 표기한 최초의 미국영화답게 <대부>가 암시하고 예고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 비토는 가족을 폭력과 가난으로부터 보호하고 인간적 품위를 지키기 위해 콜레오네 패밀리를 건설했으나 순수의 시대는 비토의 죽음과 함께 저문다. 아들 마이클은 전국 규모로 비대해진 패밀리를 지속시키기 위해 가족과 등돌리고 혈육의 피를 보는 처참한 아이러니에 이른다. “어머니, 아버지가 혹시 가족을 위해 강해지려 애쓰다가 뭔가 잃은 적은 없었나요?”라는 마이클의 통절한 질문은 <대부2>의 모티브다. 마이클은 승리로 족하지 않고 적대자를 기어이 제거하는, 권력을 위한 권력의 화신으로 변하고, 콜레오네 패밀리는 존재하기 위해 팽창을 멈출 수 없다. 생존과 인정(認定)을 위한 절도와 살인으로 시작된 콜레오네 패밀리는 기업화하고 마이클의 대에 이르면 서부 라스베이거스를 넘어 카스트로 혁명 직전의 쿠바까지 손을 뻗는다. 그 도정에서 그저 풍요롭고 인간다운 삶을 향한 꿈이었던 ‘아메리칸 드림’은 허울로 전락하고 영혼은 추락한다. 그렇게 <대부2>는 <대부>의 부자(父子) 드라마로부터 자본주의 미국의 역사를 은유하는 설화로 이동한다.

시실리와 일부 야외신을 제외하면 고든 윌리스의 촬영은 하이라이트와 암부를 강하게 대조한다. 낡은 프린트를 보고 어디까지가 의도된 어둠이고 어디부터가 훼손인지 헷갈렸던 관객한테, 코폴라의 클로즈업 기피증 탓에 드 니로의 세밀한 연기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던 DVD와 비디오 감상자에게 디지털 리마스터링 재개봉은, 말하자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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