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요즘 나온 SF 가운데 가장 입담 좋다고. 시리즈 1부 <노인의 전쟁>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유쾌한 노인 군인 존 페리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2부 <유령여단>을 펴는 순간 당황할지도 모른다. 근심 많은 복제인간 재러드 디랙이 새 주인공이다. 디랙은 인류를 배신한 과학자 부탱의 마음속 비밀을 캐기 위해 부탱의 유전자와 뇌를 완벽하게 복제해서 만든 존재. <인셉션>처럼 꿈에 침입해 기밀을 빼내는 대신, 인간의 정신을 복제해서 비밀을 알아낸다는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그런데 뇌가 같으면 오리지널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가? 오리지널 인간이 배신자가 되었으니 복제 인간도 배신자가 될까? 결국 복제 인간은 ‘짝퉁’에 불과한 걸까?
지은이는 디랙이 정체성을 고민하는 과정을 문학사적 지식을 동원하여 재치있게 그려나간다. 디랙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자신을 괴물의 입장에 세워보는가 하면, 프루스트의 마들렌마냥 검정 젤리빈을 먹으며 무의식에 저장된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겪는다. 신체와 영혼, 뇌와 의식. 최신 뇌과학에서도 흥미롭게 다룰 주제다.
한편 디랙의 동료 특수부대원들은 죽은 자의 유전자를 재조합하여 강력하게 만든, 몸이 흉기 그 자체인 군인들이다. “다 큰 몸속에 든 어린 전사들, 혐오스러운 괴물들”이라 불리며 진짜내기 인간들이라면 손사래칠 흉악한 업무들을 하달 받는다. 하다못해 진짜내기에 비해 유머감각 없다고 손가락질당하니, 기막힌 노릇. 인간의 피조물에 대한 윤리적 대우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된다. 고로 1부에 비해 2부는 다소 어둡고 진득하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전히 리드미컬하게 흐르며 주인공을 궁지에 몰아넣어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작가의 솜씨는 화려하다. 마지막 순간 디랙의 선택은 심장을 마구 뛰게 만든다. “유전자는 살을 꿈꾸고, 살 안에는 영혼이 살고” 영혼은 인간 고유의 것이니, 디랙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인간. 특수부대원들이 고전 SF소설을 읽으며 품평하는 장면은 SF팬을 위한 서비스다. 백인중심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도 곁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