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제목이 이 영화의 내용을 충실히 요약한다. 주인공 리즈(줄리아 로버츠)는 정말 차례대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한다. 어느 날 문득 인생에 대한 심한 회의감에 시달리자, 리즈는 모든 생활을 접고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실력있는 저널리스트의 자리도, 모자람없는 결혼 8년차의 생활도 모두 뒤로하고 혈혈단신으로 결심을 실행한다. 그녀가 첫 번째 가는 곳은 이탈리아의 로마다. 여기서 리즈는 잘 먹는 법을 배운다. 촌각을 다투며 돌아가는 뉴욕에서 온 이 뉴요커는 이탈리아인들의 생활의 지혜인 ‘아름다운 게으름’을 배우고 나서야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며 스파게티를 음미할 줄 알게 된다. 리즈가 여기서 배운 건 음식의 맛이 아니라 음식을 음미하는 여유다. 그녀의 변화를 위한 일단의 감각이 열린 것이다. 그녀가 두 번째 가는 곳은 인도의 한 아쉬람(힌두교 수행원)이다. 리즈는 여기서 기도함으로써 나를 세우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을 배운다. 과거의 나쁜 기억에서 벗어나 수행으로 새 삶을 찾은 리차드라는 중년 남자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 리즈는 이제 발리로 간다. 사랑의 섬 발리에서 리즈는 우연히 알게 된 남자 펠리페(하비에르 바르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망설여진다.
도시를 옮겨다니며 현지에서 촬영된 영화라 우선 영화 속 도시와 거기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구경하는 눈요기로서의 재미가 있다. 리즈의 전남편으로 빌리 크루덥, 뉴욕에서 리즈의 짧은 연애 상대자로 제임스 프랭코, 발리에서의 운명의 남자로 하비에르 바르뎀이 출연하는 등 미남자 혹은 멋쟁이도 많은데, 아쉬운 건 출연 자체로는 반갑지만 강렬한 인상을 줄 정도는 못 된다는 점이다. 반면, 줄리아 로버츠에 거의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 영화의 매력도 그녀에게 집중되어 있다. 영화의 감정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줄리아 로버츠의 변화하는 심경을 따라가면서 전해지도록 되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도시의 매력은 정말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이런 장르가 있다면) 일종의 ‘여행 독려 장르’와 한편의 치유 드라마 둘 다이기를 바라는 것 같다. 보고 나면 여행이 떠나고 싶어지니 전자는 훌륭히 성공한 것 같다. 반면, 인생의 전환에 대한 원론적인 교훈이 다소 있어서 그런지 보고 나서 생의 새 출발을 결심하는 데까지 이르진 않는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동명 에세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