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세 무리의 사람들이 숲에 모였다. 보스의 명령으로 시체를 유기하러 온 조직폭력배 창욱(정경호)과 중래(박인수). 시체만 묻고 나오면 될 일인데 지나가던 여고생에게 현장을 들킨다. 두명의 남자친구와 함께 본드를 하러 숲에 온 여고생은 친구들의 성희롱을 피해 달아나던 중이었다. 창욱과 중래의 신경이 여고생에게 집중되는 사이 시체는 온데간데없어진다. 여기에 카섹스하러 왔다가 남자친구가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죽임을 당한 여자(지서윤)까지 가세하면서 사건은 어지럽게 얽힌다. 그러면서 이들은 숲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노르웨이의 숲>의 배경인 숲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단순히 사건을 여닫는 역할을 해서가 아니다. 특유의 폐쇄적인 성격 덕분에 일면식도 없는 처지인 사람들을 한 공간에 묶어둔다. 인물들의 목표가 어긋나면서 발생하는 긴장감도, 정체 모를 어떤 존재에 대한 공포심도 공간이 숲이라 발생 가능하다. 감독은 “숲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의 욕망을 극대화하는 방식은 로만 폴란스키에게, 긴장감 속에서 발생하는 여유와 유머는 코언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하지만 <노르웨이의 숲>은 긴장과 유머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우연에 따른 이야기 전개 방식은 끊임없이 사건을 발생시키지만 감정을 쌓아올리지 못한다. 맥락없이 던지는 인물들의 농담은 이야기의 정곡을 찌르기는커녕 쓴웃음만 짓게 한다. 무엇보다 영화의 마지막에 밝혀지는 살인마의 사정은 딱하기는 하나 선뜻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그 점에서 <노르웨이의 숲>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작품이다. 200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10년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