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영화제의 아시안필름마켓은 구매자와 산업관계자를 위해 온라인 상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러 해 동안 다른 영화제와 마켓들 역시 온라인 서비스를 고려해왔으나 이런 야심찬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시안필름마켓이 처음이다. 기본적으로 아시안필름마켓 참가자들은 10월10일에서 13일 사이 부산에 와서 영화를 볼 필요없이 영화제와 마켓에 제출된 영화를 컴퓨터로 볼 수 있다.
영화 산업지 기자로서 나는 영화제 마켓 상영에 참석해왔다.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동안 볼 영화가 많기 때문에 영화제가 끝나고도 2주간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상영 서비스는, 이론적으로는 무척 유용하다. 부산영화제 기간 중 영화를 보는 어려움을 고려하건대(예를 들어 택시를 타고 상영장을 옮겨다니는 어려움) 부산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영화는 온라인 상영 서비스를 통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아시안필름마켓 참가자지만 나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리라. 내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비한국인들에게 아시안필름마켓의 온라인 서비스는 기술적 필요조건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제한적이고 근시안적이다. 내 노트북은 윈도 비스타가 깔린 삼성 제품이지만 아시안필름마켓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액티브엑스(ActiveX)와 실버라이트를 다운로드받아야 한다.
액티브엑스는 온라인뱅킹, 쇼핑, 민원 등 한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미 14년도 더 된 마이크로소프트 보안 기술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침입성이 강한 이 프로그램을 점점 더 많이 보이콧하고 있다. 결국 액티브엑스가 컴퓨터를 완전히 장악하기 때문이다. 한국 밖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프로그램을 거의 폐기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내 컴퓨터에 다운로드받고 싶지 않다.
실버라이트는 비디오를 보여주는 마이크로소프트 브라우저 플러그 인이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나는 인터넷 시청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래시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 왜 내가 또 다른 브라우저 플러그 인을 다운로드해 내 하드 드라이브에 정크 파일을 늘려야 하는가? 애플 맥 사용자가 아시안필름마켓 온라인 서비스를 사용하기는 더 불편하다. 웹사이트에는 맥 사용자를 위한 정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서비스는 대부분의 한국인처럼 사용자가 윈도 시스템의 PC를 사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한국 이외의 지역에는, 특히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맥 이용자가 많다. 예를 들어 필름 비즈니스 아시아 독자들의 3분의 1은 맥을 사용한다.
플래시(실버라이트 역시)는 맥에서 사용 가능하지만 액티브액스는 맥에 다운로드받을 수 없다. 맥 사용자가 온라인 상영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노트북에 윈도를 설치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백달러를 내고 귀한 시간과 하드디스크 공간을 허비해야 한다.
외국 PC와 맥 사용자가 아시안필름마켓의 사용환경을 따라가기로 했다고 해도 이 서비스는 다른 불편한 사양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사용자는 프라이버시와 전통적인 자유를 침해당한다. 특정 영화를 얼마간 보았는지 등 모든 정보가 기록되기 때문이다.
내 노트북에서 영화를 보면서 내 어깨 위에 빅 브러더가 앉아 있기를 바라겠는가? 자신의 서비스 이용 정보를 영화 마켓, 영화제와 판매자들의 손에 넘겨주고 싶겠는가? 절대 아니다. 마켓은 정의상 자유다. 그러나 그건 개념일 뿐이고 기술 강박적이고 통제에 집착하는 오늘날 상황에서 이런 개념은 갈수록 시대에 뒤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