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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선] 숨겨진 또 다른 얼굴

태민 역의 조한선

<무적자>의 주연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날, 맏형 주진모가 막내 조한선에게 장난을 쳤다. 조한선은 인터뷰 이틀 뒤 훈련소에 입소했다. 서른에 뒤늦게 군에 입대하게 됐지만 그는 의외로 담담해 보였다. “당연히 가야 하는 건데 조금 늦어졌을 뿐이다. 영화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가게 돼 미안하다”는 말이 고작이었다.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쓸데없는 걱정에 사로잡히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이제 5개월이 다 돼가는 딸아이, “불안하게 점점 나를 닮아가는” 딸만큼은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고 했다.

조한선은 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무적자>를 택했다. <무적자> 이전까지 8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연기하는 <무적자>의 정태민은 원작 <영웅본색>에서 이자웅이 연기한 아성 캐릭터를 변주한 인물. 태민은 무기밀매조직의 보스인 혁(주진모)과 그와 쌍포로 활약하는 영춘(송승헌) 밑에서 일하던 일개 조직원이었지만, 그들을 배신하고 조직의 보스 자리를 꿰찬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비열하고 저열한 캐릭터. 조한선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태민이 맘에 들었다고 한다. “웨딩 촬영 도중 송해성 감독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적자>라는 작품 해보지 않겠냐고. 네명의 캐릭터 중에서 태민에게 끌렸는데 감독님도 나한테 그 역을 맡기려고 했다더라. 악역을 조금 다르게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본격적인 악역은 <무적자>가 처음이지만, 조한선은 자신의 궤도를 살짝 이탈한 인물들을 종종 연기했었다. <늑대의 유혹> <열혈남아> <마이 뉴 파트너> <주유소 습격사건2>에서 그는 내면의 상처와 결핍을 뒤틀린 방식으로 표출하는 인물들을 오버하지 않고 그려냈다. 복수심에 눈이 멀거나 질투심에 눈이 멀거나 피해의식이 상당한 인물들. 그러나 어딘지 ‘나쁜 놈’으로 몰아세우기엔 심성이 착하고 연민하게 되는 인물들. 그의 선하고 깊은 눈매, 무뚝뚝하지만 귀여움이 묻어 있는 말투는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스르륵 움직이게 만든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널찍한 그의 등을 토닥이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랄까.

그러나 <무적자>의 조한선은 밉다. 조한선이 연기하는 태민은 동정과 위로를 구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악인이 가지고 있는 여유”를 보여주려 했다는 그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그의 얼굴.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표정 중에서 보여지지 않은 표정을 활용하려고 했다. 눈이 선해 보인다는 얘기를 들어서 한쪽 눈을 찢었다.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군대 가는데, 해볼 거 다 해보자 싶어서 별별 표정 연기를 다 해봤다. 조금 오버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막상 화면에 나오니 그렇지도 않더라.” 조한선은 일부러 <영웅본색>도 보지 않았다. “보게 되면 따라할 것 같아서” 원작을 참고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영웅본색> 하면 장국영, 주윤발, 적룡만 기억하지 이자웅은 잘 기억 못한다. 그래서 난 좀더 세게, 사람들한테 확실히 캐릭터를 각인시킬 수 있게끔 연기하려 했다. 그러면 성공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참 힘들더라.”

조한선은 자신이 “아직은 미완성의 배우”라 했다. 언젠가는 ‘진짜 배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달려왔다고. <무적자> 이후 갖게 될 2년간의 공백은 그래서 스스로에게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싶다. 악기도 하나 정도는 다룰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기타도 배워보려고 하고, 작은 바람이지만 시나리오도 한번 써보고 싶다.” 듬직한 배우 한명을 2년 동안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그의 ‘다음’을 생각하며 훌훌 털어버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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