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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인도의 젊은 피가 끓는다

<로한의 비상>의 비크라마디티야 모와네에 주목하라

<아들의 연인>

확실히 최근 인도영화는 욱일승천의 기세다.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인도의 거대 영화사와 손을 잡고 펀드를 조성하는가 하면 인도영화에 직접 투자도 하고 있다. 인도의 메이저 영화사도 미국에 극장 체인을 건설하는가 하면 미국의 세일즈 에이전트 회사와 손잡고 세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그늘은 있다. 아트하우스영화의 세가 많이 약화된 것이다. 샤지 카룬, 샴 베네갈, 아파르나 센 같은 중요 감독들의 활동이 부진한데다가, 199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무랄리 나이르 이후 눈에 띄는 젊은 피가 드물다. 인도영화는 지역별로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로 인해 다양한 아트하우스영화가 만들어졌다. 각주 정부가 자기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영화 제작을 지원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지원이 눈에 띄게 줄면서 다양한 아트하우스영화를 보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 주목할 만한 신인이 등장했다. <로한의 비상>의 비크라마디티야 모와네다. 인도영화로는 7년 만에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한 <로한의 비상>은 비평뿐만 아니라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억압적인 아버지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로한의 비상>은 모와네가 시나리오를 쓴 지 7년 만에 완성된 작품이다. 그것도 발리우드의 주류 감독인 아누락 카쉬압이 모와네의 친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카쉬압이 시나리오를 읽고 제작자인 산자이 싱을 소개해주면서 제작에 들어가게 됐다.

하반기에는 좀더 많은 주목할 만한 신인이 데뷔작 혹은 두 번째 작품의 발표를 앞두고 있다. 먼저, 전통적으로 아트하우스영화의 명가인 벵골 지역에서 배출된 산자이 낙을 들 수 있다(벵골 지역이 배출한 감독으로 샤티야지트 레이, 리트윅 가탁, 므리날 센, 부다뎁 다스굽타, 리투파르노 고쉬, 고탐 고세 등이 있다). 산자이 낙의 데뷔작 <아들의 연인>(Memories in March)은 공개되기 전부터 평단의 관심을 끌었다. 시나리오에 대한 소문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아들의 연인>은 인도에서는 흔치 않은 퀴어 시네마다. 영화는 평범한 중년 여인 아라티가 아들 싯다르타를 교통사고로 잃은 뒤, 사고 현장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아라티는 아들의 직장 상사인 아르납을 만나게 되고, 그가 아들의 게이 파트너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산자이 낙은 영화 중반 이후 아라티와 아르납의 대화에 집중한다. 그들의 대화는 낯선 사람의 그것에서 시작하여 점차 거리가 가까워지고, 마침내 모자 혹은 다정한 친구와 같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아라티는 연인을 잃은 아르납의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를 깨닫게 되고, 자신이 오히려 아르납보다 아들을 더 깊이 알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둘의 사랑을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아들 이름이 ‘싯다르타’이다. 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이름인가?). 산자이 낙은 TV다큐멘터리 연출이 경력의 전부이지만 이 탁월한 데뷔작으로 단숨에 미래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바드로 초우두리, 라지 니디모루와 크리슈나 DK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젊은 피다.

수바드로 초우두리의 두 번째 작품 <빕랍의 은밀한 삶>(Clerk)은 밤마다 발리우드 스타와 같은 멋진 남자를 꿈꾸는 소심한 회사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판타지와 심리묘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근자에 심리묘사를 완성도 높게 그려내는 인도 감독이 드물다는 점에서 수바드로 초우두리의 등장은 반길 만하다. 라지 니디모루와 크리슈나 DK의 <소음>은 뭄바이라는 거대 도시가 안고 있는 그늘을 세 그룹의 젊은이를 통해 박진감 있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으로, 사실주의 영화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비록 이들 작품이 과거처럼 주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순수한 독립영화 제작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는 생존의 방식을 터득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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