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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
강병진 2010-09-08

귀농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는 귀농생활의 여유로움에 대한 찬가가 아니다. 도시에서 자라 농촌으로 시집 온 그들의 좌충우돌 소동극을 그리지도 않는다. <땅의 여자>는 강선희, 변은주, 소희주, 3명의 여성이 농촌에서 겪는 삶을 관찰한다. 귀농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농사일은 서툴다. 남성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는 농업의 특성상 부부간의 의견 충돌도 있고, 평생 농사를 짓고 산 시어머니와도 여성의 역할을 놓고 갈등한다. 땅의 여자는 이 3명의 여성만이 아니다. 농민운동가이기도 한 그들이 만나는 할머니들, 그리고 그들의 시어머니들도 땅의 여자다.

지난 2005년, 권우정 감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위한 홍콩 원정 투쟁에 영상단으로 갔었고, 그곳에서 3명의 여성을 만났다. 이후 약 1년 반 동안 그들의 일상을 촬영했다. 카메라의 시야는 넓다. 이들이 아내, 엄마, 며느리, 그리고 농민으로 겪는 갈등과 행복을 다각도로 담은 감독은 결국 농촌에서 여성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답을 찾는 듯 보인다. 남편의 병간호와 농민운동을 놓고 갈등하는 강선희씨의 사연은 이 질문에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다. 그녀가 국회의원에 출마한 뒤, 병세가 악화된 남편은 결국 세상을 떠난다. 이 일로 심정적 동지였던 시어머니와도 서먹해졌지만 그녀는 다시 농사를 짓고 농민운동에 뛰어든다. 비통함과 안타까움 속에서도 의지를 찾는 강선희씨의 모습은 “농사를 지을 때 맺을 수 있는 관계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소희주씨와 자신의 역할을 찾고자 사회복지사 시험을 준비하는 변은주씨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여성과 농촌이란 가볍지 않은 사회적 주제를 대상으로 삼지만, 정작 <땅의 여자>가 드러내는 것은 그들의 넘치는 생명력이다. 상당히 유쾌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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