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오늘 인터뷰를 진행할…. =가만가만, 당신 남자죠? 얼굴은 곱상하게 생겼는데 탄탄한 가슴팍을 보니 이거 영락없이 남자네. 확 그냥!
-앗 제발. 저를 죽일 때 죽이시더라도 인터뷰 끝난 다음에 좀 어떻게 안될까요? 그리고 인터뷰 진행할 동안만이라도 낫은 저기로 좀 치우고…. =무슨 소리 하세요. 인터뷰하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어요. 믿었던 친구도 모른 체하고 우리 딸아이도 시어머니도 남편도… 전 늘 혼자였어요.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었다니까요.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그러게요. 정말 못된 사람들이죠. 죽어도 싸요. 전 김복남씨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게다가 벌꿀도 생산하고 그 비싼 홍어를 간식으로 먹는 사람들이면 제법 부농일 텐데 너무하더군요. =맞아요. 그 빌어먹을 만종이가 제 손 잡고 육지에 나가 옷 한벌만 해줬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구짜나 버버루를 원한 것도 아니에요. 그냥 육지 바람이 쐬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 못된 시고모도 얼마나 돈이 많은지 몰라요. 그걸 다 어디다 쓰려고 그러는지 원.
-아무튼 당신이 살육을 벌이기 직전 내리쬐던 태양빛에서 카뮈의 <이방인>이 떠올랐어요. 너무 아름다웠어요. <이방인>의 표현을 응용해 사건을 재연해보죠. 헐떡거리는 바다는 태양으로 넘쳐나고, 그 태양은 눈을 멀게 하는 비이며, 조개껍질에 반사되는 햇빛은 바로 빛의 칼날이죠. 당신에게는 그게 바로 ‘낫날’이었고요. =고마워요. 저를 이해해주셔서. 눈동자가 태양빛으로 가득 차던 순간 세상만사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낫으로 시동생 목 따며 복수할 때도 짜릿했지만 만종이를 된장남으로 만들 때도 더없이 행복했어요. 그 된장 전부 제가 담근 거 아세요? 고생해서 담갔더니 만날 짜네 어쩌네 불평이나 늘어놓고 쳇. 사실 다른 아줌마들까지 굳이 죽일 필요는 없었지만 뭐 어쩌겠어요. 이미 지난 일인걸. 후회하지 않아요.
-혹시 <질투는 나의 힘>과 <추격자> 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이 낫을 들 용의가 있으신가요? =당연하죠. <질투는 나의 힘>의 원상 오빠(박해일) 다시 만나면 그냥 죽여버릴 거예요. 저의 순정을 그렇게 짓밟고 무시하다니. 정말 안 그렇게 생긴 것들이 더하다니까요. <추격자>의 그 연쇄살인범 새끼도 마찬가지죠. 걘 이름도 몰라요. 그땐 왜 그렇게 꼼짝도 못하고 당했는지. 아이구 분해 정말! 하여간 못된 남자 새끼들은 다 죽여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