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기획 제작 업무를 하게 된 지 4년 만에 오매불망하던 내 ‘담당 작품’이 생겼다. 처음 인턴으로 입사해서 복사지와 씨름하고 작가, 감독님들 컴퓨터 고쳐드리고, 때로는 섣부른 욕심에 며칠 밤을 새우며 시나리오를 내 맘대로 얼기설기 수정해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온전히 내가 담당하는 작품이 생기다니 감회가 새롭다.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을 만한 소재를 모색하고, 그것을 작가 혹은 감독들과 함께 고민하고, 그들을 다방면에서 서포트하며, 시나리오 모니터링 등을 통해 객관성을 유지하고, 이따금씩은 유효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나리오가 제대로 영화로 구현될 수 있도록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제반 사항들을 팔로업한다. 기획 단계에서 꼭 시나리오개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첫 담당 작품인 <7광구>처럼 독특한 소재(괴물이 등장한다)의 영화인 경우, 기획 단계에서 사전 비주얼 작업 등을 시나리오와 함께 진행한다. 극의 완성도만큼 괴물 크리처가 얼마나 설득력있고 완성도 있게 구현될 것인지가 이 기획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획 제작 인력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소통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한줄의 컨셉으로 시작했던 기획안이 작가를 통해 시나리오로 확장되고 이것이 현장의 배우와 스탭에게 전달되어 필름에 담기고,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대중에 보여지는 커뮤니케이션 확장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고, 그 중간자가 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