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트 베닝도 어느덧 쉰줄에 접어들었다. <에브리바디 올라잇>에서 베닝은 주름과 군살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채 레즈비언 닉을 연기한다. 닉은 줄스(줄리언 무어)와 게이 포르노를 보며 함께 사랑을 나누고, 기증받은 정자로 낳은 아들, 딸을 나무라기도 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식구들은 닉의 강압적이고 엄격한 성격을 못 견뎌한다. 여성성을 지운 베닝의 모습은 낯설다. <벅시> <러브 어페어> <대통령의 연인> 등에서 그녀가 보여준 이미지, 언제 어느 때고 남자들의 마음을 훔쳐내는 아리따운 여자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베닝에게 덧씌워졌다. 현실에서도 그녀는 할리우드 최고의 바람둥이 워런 비티의 마음을 훔쳤다. 물론 그녀가 늘 매력이 철철 넘치는 캐릭터만 연기한 건 아니다. <아메리칸 뷰티> <화성침공> 등에서 그녀는 속물적이고 살짝 정신이 이상한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실은 그녀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캐릭터는 비껴왔다는 거다. <빙 줄리아> <에브리바디 올라잇>을 통해 그녀가 나이를 먹으면서 진짜 배우가 돼가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