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관객으로서 영화 속 남자배우에게 반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반할 뻔했던 남자배우라면 <다이 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조니 뎁, <비트>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정우성,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 정도가 얼핏 떠오른다. 이들은 각 영화에서 근사하고 멋지고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수컷끼리의 영역 본능 때문인지 단순한 질투심 때문인지 또는 호모포비아 탓인지 선뜻 ‘반했다’라고 고백하기는 어려웠다. 그저 ‘자식, 좀 하는데’라거나 ‘흠, 괜찮네’라는 뜨뜻미지근한 표현으로 찬사를 보낼 뿐.
그런데 <아저씨>의 원빈은 달랐다. 원빈 특유의, 약간은 경직된 연기가 주를 이루는 초반부에선 별 감흥이 없었지만, 본격적인 액션이 펼쳐지는 중반부 이후부턴 넋을 잃고 빠져들고 말았다. 그 섬세한 외모가 액션을 감행할 때 그건 단지 근사한 이미지만이 아니었다. 그 무자비한 폭력은 원빈의 순수하고 여린 느낌과 충돌하면서 괴이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다채로운 불균질성이 놀라운 에너지로 전화하는 영화 <아저씨>의 핵심은 그러니까 원빈에게서 비롯되는 상이한 요소들의 충돌처럼 보였다. 장황한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원빈에게 반했다는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수컷으로서 두손 두발 다 들었고, ‘그래 네가 짱 먹어’라고 외치고 싶었다. 심지어 영화 속 인물들이 원빈을 거듭 ‘아저씨’라고 부를 때는 그가 같은 레벨의 ‘아저씨’가 아님을 알면서도 아저씨로서의 프라이드까지 느꼈으니 말 다 했지 뭐.
이번주 연구대상이 원빈이 된 건 당연한 일이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가슴까지 뜨겁게 달궈준 원빈의 본질을 파헤치려 했다. 결과적으로 그를 향한 애정고백이 되어버린 감이 없진 않지만 이번 특집기사는 평범한 스타 연예인으로 머물 수도 있었던 원빈이 어떻게 진지한 배우로 거듭나게 됐는지, 어떻게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여성 팬들에겐 천마디 말보다 브로마이드 한장이 더 큰 선물이 될 테지만.
원빈이 세심한 작품 선택과 집요한 노력으로 ‘티오피’ 자리에 올랐다면, <씨네21>에도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가 있다. 주모(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실명은 밝히지 않겠다) 기자가 바로 그다. 어릴 적 꿈이 개그맨이었다는 그는 최근 케이블 프로그램 <UV신드롬>에서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줬다. 빵빵 터지는 유머감각을 익히 잘 알고 있었음에도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소영과 유세윤의 스캔들이나 <아바타2> 유세윤 음악감독 캐스팅설을 말할 때는 허리가 꺾일 뻔했다. <UV신드롬> 9회에도 출연한다고 하니 잘하면 개그계의 티오피로 발돋움할지도 모르겠다. 아, 한 가지 확인 차원에서 말하자면 그날 방송분에서 편집장 역할을 맡았던 건 내가 아니라 미디어사업본부장님이었다(암, 내 머리가 그렇게 클 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