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도어>는 우연히 ‘시간의 문’을 발견해 과거로 돌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나비효과>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당장 떠오를 만큼 시간여행이라는 소재 자체는 그리 새롭지 않다. <더 도어>의 흥미로운 점은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데 있다. 서서히 가속페달을 밟다가 벼랑 끝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추는 영화라고나 할까.
다비드(매즈 미켈슨)는 함께 놀아달라는 딸을 외면하고 아내 아닌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 그사이 딸은 익사한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지만 다비드는 여전히 자신의 잘못으로 딸을 잃었다는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자살을 결심하지만 그 시도마저 물거품이 된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겨울 밤거리를 걸어가던 다비드의 눈앞에 나비 한 마리가 나타난다. 나비는 다비드를 ‘시간의 문’으로 이끈다. 시간의 문 저편에는 5년 전, 다비드의 딸 레오니가 물에 빠지기 직전의 세계가 펼쳐진다. 과거를 되돌릴 수 있게 된 다비드는 딸을 무사히 살려낸다. 이제 남은 것은 해피엔딩? 그럴 리 없다. 다비드는 5년 전의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그를 죽인다. 다비드가 다비드를 살해한 것. 미래에서 온 다비드는 자상한 남편과 다정다감한 아빠로서 새 삶을 써내려간다. 다중우주론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더 도어>의 결말은 한편으로 충격적이고 한편으로 허망하다. 다비드, 그의 아내인 마야(제시카 슈바르츠), 딸 레오니의 운명은 피할 도리 없이 심각하게 뒤틀리는데, 그것이 누구의 잘못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시간의 문’을 열고 닫는 건 인간의 능력 밖 일이니까. 결국 남은 것은 과거에 남겨진 미래의 사람들, 희극을 꿈꿨으나 비극에 갇힌 사람들이다. 휘몰아치는 듯한 결말에 아쉬움도 들지만 여운이 강한 결말인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