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너스가 메가박스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번에도 소문일 거라 짐작했다. 메가박스는 최근 몇년간 수많은 매각설이 나돌았던 극장이다. 지난해에는 메가박스의 매각 주체인 호주의 매쿼리가 매각 예비입찰을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CJ와 롯데, SK, KT, 중앙일보 등이 입찰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SK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이마저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설은 그보다 좀더 구체적인 정황으로 드러났다. 인수 움직임을 먼저 포착한 쪽은 관객이다. 몇몇 트위터 사용자는 메가박스 코엑스점에 내걸린 메가박스 노동조합의 현수막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8월 초쯤 매쿼리로부터 인수협상자의 실사가 들어올 것이란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매쿼리나 사쪽으로부터 이후의 고용승계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던 메가박스 노조가 그 다음주부터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씨너스와 메가박스 양쪽 모두 “인수·합병에 대해 더이상 구체적으로 알려진 건 없다”고 밝혔다.
미리 소문을 파악한 몇몇 극장 관계자의 반응은 “씨너스가 그렇게 자금이 많았던가”란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인수협상의 주체는 씨너스가 아니라 씨너스의 대주주인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자회사인 ISPLUS를 통해 지난 2008년 9월, 씨너스 지분 34만5595주(47.5%)와 동아수출공사가 보유한 씨너스 센트럴시티 상영관 운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ISPLUS는 “씨너스의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씨너스의 체인점은 33개, 메가박스는 15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앙일보가 메가박스를 인수해 씨너스와 합병할 경우, 당연히 기존 메가박스보다 더 큰 규모의 멀티플렉스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수·합병 과정은 난항을 겪을 듯 보인다. 또한 인수·합병이 된다고 해도 그 모양새는 지금 예상하는 것과는 다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씨너스라는 멀티플렉스 체인의 특징과 관련된 문제다.
씨너스는 지난 2004년 12월, 강남 센트럴6, 분당 씨네플라자 등 기존 극장 업체가 연합해 만든 공동 브랜드다. 당시 씨너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여타 멀티플렉스가 규모를 확장해가면서, 그들의 자본과 규모에 눌려 고전했던 개별 극장들이 연합해 타 멀티플렉스와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됐다”고 연합의 의미를 밝혔다. 씨너스가 다른 체인과 달리 직영점보다 위탁점이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씨너스 지점 대표는 “우리는 위탁점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씨너스라는 법인과 각 지점의 계약내용도 다른 멀티플렉스의 위탁계약과는 다르다. 우리가 센터에 월정액으로 내는 수수료는 홈페이지와 전산망 관리 등의 관련 비용일 뿐이다.” 당연히 중앙일보가 인수한 지분 또한 씨너스 전체 체인점의 지분이 아니다. “중앙일보는 씨너스가 직영하고 있는 일부 체인의 지분을 갖고 있을 뿐인데, 일부 기사에서 중앙일보가 전체 체인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도됐다.” 씨너스 대표단은 중앙일보의 메가박스 인수를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의 자본논리에 종속되기 싫어서 구성한 연합체인데, 중앙일보가 메가박스를 인수할 경우 그들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게 될 것”이란 우려다. “지금은 각 극장 대표 개개인의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지만, 중앙일보가 메가박스를 인수해 그쪽의 스크린 수로 밀어붙이면 결국 우리는 그들의 들러리가 되고 말 것이다.” 씨너스의 대표단은 조만간 모임을 통해 이번 인수·합병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메가박스 노동조합 또한 요구사항을 담은 공문을 매쿼리쪽에 보내 답변을 요청할 계획이다. 결국 이번 메가박스 인수설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전처럼 하나의 풍문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