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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신세대 팔팔통신] 좌충우돌 해외 출장기
2010-08-23

인디스토리의 장은미씨

출장이 끝난 뒤 바라보며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느꼈던 바로 그 하늘

서른이란 늦은 나이에 영화 일을 하며 세계를 누비겠다는 꿈을 안고 인디스토리 해외팀에 입사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친구들은 해외로 출장 다니며 달팽이 요리까지 먹어본 나를 부러워하지만, 나에게 해외 출장은 늘 긴장과 떨림의 연속이다. 클레르몽 페랑(Clermnot-Ferrand). 유럽 여행 책자에도 나오지 않을 만큼 작은 곳이지만 영화제 기간에는 밤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해마다 2월이면 이곳으로 나는 어김없이 출장을 간다. 필름마켓에서의 하루 일과가 끝나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저녁식사 모임과 파티가 이어지는데 영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긴장과 어색함의 연속이다.

지난해 첫 출장 때는 다친 무릎 때문에 높은 굽은 신지도 못하면서 예쁘게 보이겠다는 욕심으로 뾰족구두를 신었다가 결국 저녁 무렵부터 피로가 몰려오고 정신이 혼미해져 급기야 영어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멍해지는 경험을 한 적도 있다. 결국 그 순간 미소만 날리다가 도망치듯 바람 쐬러 밖에 나갔다. 또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많은 부담을 안고 갔던 올해 출장에서는, 마지막 날 잠시 여유가 생겨 혼자 쇼핑하러 나섰다가 무사히 출장을 마쳤다는 안도감과 기쁨에 갑자기 시커멓게 구름 낀 하늘마저 아름다워 보여 하늘을 향해 너무 예쁘다고 소리치며 크게 웃었더니, 옆에 있던 외국인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물은 적도 있다. “드디어 저 영국 가요!” 하고 크게 대답해놓고 민망해서 그 자리를 떠났던 기억이 난다(당시 나는 출장 뒤 영국으로의 휴가가 예정되어 있었다).

내년 2월이면 나는 또 출장을 갈 것이다. 해외 출장을 생각하면 변함없이 걱정되지만, 그래도 이제는 더이상 낯설지 않은 그곳에서의 출장이, 조금 덜 떨리고 훨씬 더 재밌기를 기대해본다.

ps. 곧 개봉하는 <계몽영화> 많이 사랑해주세요!

글·사진 장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