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태양이 이글거리지만 힘이 예전보다 떨어진 듯해 여름의 마지막 발악 같다. 아직 낮에는 무덥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습도도 차츰 낮아지고 있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햇살을 받고 있어도 짜증이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다(요즘 버스의 에어컨이 워낙 좋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도리없는 자연의 섭리를 실감하는 요즘, 출근길에 자주 듣는 노래는 ‘생각의 여름’(박종현이라는 뮤지션의 원맨밴드)이 부른 <다섯 여름이 지나고>다. 심플한 기타 반주와 어딘가 서늘한 목소리는 청량한 바람을, ‘다섯 여름이 지나고 나는 어디 있을까… 푸르러질까 붉어질까 짙어질까 창백해질까’라며 스스로에게 묻는 가사는 쓸쓸한 바람을 가슴에 불어넣어주는데, 지금 하나의 여름이 지나고 있네,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출근길 음악메뉴 중에 인디 뮤지션의 음악이 많은 편이다. 우쿨렐레 피크닉, 옥상달빛, 국카스텐, 시와, 한희정, 조정치, 디어 클라우드 등등. 그렇다고 미쓰에이나 보아, 태양, 2AM 같은 주류음악을 듣지 않는 건 아니다. 이토록 인디음악이 범람하는 시대에 ‘인디’라서 더 높이 쳐주고 ‘주류’라서 깔보는 건 말이 안된다. 다만, 대중으로부터의 인기와 수익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 주류음악에 비해 인디 음악가들은 자기가 좋아서 음악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솔직담백한 가사가 마음에 와닿을 때가 있고 음악적 실험성이 훌륭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물론 주류음악을 하는 뮤지션 중에도 그런 경우는 적지 않다. 이렇게 ‘생산’ 차원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지 몰라도 ‘유통’으로 눈길을 돌리면 주류와 인디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자본과 현대적 시스템을 배경으로 하는 주류음악이 방송을 주무대로 삼는다면 인디음악은 클럽을 중심 터전으로 하기에 대중적 반향은 크지 않은 편이다.
이 말은 독립영화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상당수의 독립영화 감독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영화적 태도를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려는 경향이 있고, 자본과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어 좀처럼 주류영화계에 동화되지 못한다. 독립영화와 인디음악의 연대 가능성은 여기서 생기는 듯하다. 이번 특집기사는 상업적 성공보다는 자신의 예술 안에 스스로의 인생과 세계관과 의지를 담아내려는 두 분야 예술가 7쌍의 만남을 담았다. ‘독립정신’이나 추구하는 세계의 동일성에서부터 부진한 흥행, 열악한 생계 등에 관한 이들의 대화는 좀더 새로운 예술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인디 예술인의 좀더 활발한 교류와 협업을 기원한다.
그동안 연재됐던 소설 <엘자의 하인>이 이번 회로 마무리됐다. 강지영 작가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소설을 꼼꼼히 챙겨보지 못했던 독자라면 하반기에 출간될 책을 기대하시라.
PS. 갑자기 울컥하는 게 있어서… 노래방 업체 관계자 여러분, 인디음악도 기계에 많이많이 넣어달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