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시에게 팔이 뽑히는 장면을 연습중인 두명의 멀티맨(왼쪽부터 김동현,임기홍)과 이재준 연출가
뮤지컬 <톡식히어로>
8월14일~10월10일(월 쉼) KT&G 상상아트홀 연출 이재준 출연 오만석, 라이언, 홍지민, 김영주, 신주연, 최우리, 임기홍, 김동현
*줄거리* 환경학자를 꿈꾸는 청년 멜빈은 악독한 시장 벨구디의 계략에 빠져 유독성 폐기물에 노출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멜빈은 흉측하게 녹아내린 얼굴과 제어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녹색 돌연변이 톡시로 변한다. 벨구디에 맞서 싸우는 톡시는 순식간에 주의 영웅이 되지만, 그가 사랑하던 시각장애 여인 새라는 괴물로 변해버린 멜빈을 보며 혼란스러워한다. *관전 포인트 : 원작의 짓궂음과 익살을 뮤지컬로 어떻게 풀어냈는지 지켜보는 것이 관건.
“여기, 뭐예요? 뺨에 튀어나와 있는 건.” “…아마 내 왼쪽 눈알일 거야.” “꺄아아아악!!!” 외마디 비명이 허공에 울려퍼진다. 연인의 뺨을 어루만지던 눈먼 여인은 그의 튀어나온 안구를 만지고서야 흉측하게 변해버린 애인의 외모를 짐작한다. 뮤지컬 <톡식히어로>의 한 장면이다. 눈치빠른 장르영화 팬이라면 아마 제목과 상황만 보고도 한 영화를 떠올렸을 거다. 그 짐작이 맞다. <톡식히어로>는 엽기영화 제작소로 유명한 트로마의 대표작 <톡식 어벤저>(1984)를 바탕으로 한다. 따돌림을 당하다가 유독성 폐기물 탱크에 빠진 뒤 녹아내리는 몸과 주체할 수 없는 힘을 동시에 얻게 된, 녹색 괴물 히어로 얘기 말이다. 원작영화로 말할 것 같으면 주인공 톡시는 찢어진 발레복을 입고 대걸레질을 하는 괴짜 괴물이지만, 악당을 처단할 때만큼은 피도 눈물도 없이 잔혹했다. “팔이 뽑히고 내장이 튀어나오는 원작의 잔혹함을 한국 정서에 맞춰 어떻게 순화해야 할지 걱정이었다”는 국내 뮤지컬 제작진의 고민은 당연하다. 하지만 뮤지컬 <톡식히어로>는 이같은 이유로 더 기대되는 작품이다. 대작 뮤지컬이 소홀하기 쉬운 독창성과 개성을 이미 고전이 된 컬트영화에서 수혈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뉴욕에서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으로 초연해 그해 ‘관객이 선택한 최고의 뮤지컬상’, ‘최고의 뉴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상’을 수상한 저력의 원천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애인이 괴물로 변한 사실을 알게 된 새라(신주연)와 톡시(오만석)의 대화 장면
피도 눈물도 없이 잔혹하고 웃긴 영화 <톡식 어벤저> 원작
국내 초연을 열흘 앞둔 뮤지컬 <톡식히어로>의 연습 현장에서는 아쉽게도 톡시의 트레이드마크인 ‘일그러진 얼굴의 녹색 마스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We love Toxie!’(우리는 톡시를 사랑해요)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배우 오만석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공 톡시를 연기하는 그는 톡시의 연인이자 시각 장애인인 새라 역의 신주연과 합을 맞춰보는 중이었다. 공연이 임박한 시기의 연습이니만큼 연출가도 배우도 대사 하나, 장면 하나의 완성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노래하기 전에 감정이 확 올라와 있는 상태여야 해. 그래서 지금 치는 대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이재준 연출가) 신주연이 감정선을 가다듬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홍지민-김영주가 연습에 한창이다. <톡식히어로>의 가장 중요한 악당, 팜므파탈 여시장 벨구디 역에 더블 캐스팅된 두 사람은 서로의 연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괜찮은데? 근데 우리끼리만 서로 괜찮다고 하면 되나?” 홍지민이 농을 던지고는 까르르 웃는다. 첨언하자면 홍지민의 여시장은 상대적으로 익살스러운 느낌이 강하고, 김영주의 여시장은 카리스마가 넘친다. 그 사이 주연배우들의 연습을 지켜보던 김동현과 임기홍이 움직인다. 이들은 경찰, 폐기물 담당자, 교수, 소녀 등 열두명의 캐릭터를 오가야 하는 멀티맨들이다. 손에 들고 있는 게 뭔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살점이 덜렁거리는 가짜 팔이다. “톡시가 자기 힘을 제어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악당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저렇게 돼요.” 홍보팀장의 귀띔이다. 어느새 할머니로 변신한 임기홍이 톡시가 뽑아버린(?) 소매치기(김동현)의 가짜 팔로 소매치기를 힘차게 내리친다. “아이고 이놈아, 맛 좀 봐라!” 연습실 곳곳에서 흘러넘치는 이 난장(亂場)의 에너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