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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의 시네마나우] DVD 대신 영화프린트를 판매한다?

차이밍량이 모색하는 작가영화의 새로운 활로

현재 차이밍량 감독은 타이베이에서 전시회 두개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타이베이시립박물관과 타이베이의 내호 지역에 있는 쉐쉐문창지업 빌딩에서 진행 중인 두 전시회는 테마가 둘 다 ‘의자’다. 그런데 이 ‘의자’라는 테마는 영화와 관련이 있다. 타이베이시립박물관 전시회에 사용된 의자는 지금은 사라져버린 극장의 의자다. 그것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문을 닫은 극장에서 가져온 의자다. 이 전시회에서 차이밍량 감독은 22분짜리 단편도 함께 틀고 있다. 제목은 <그것은 꿈>(是夢). 원래 이 작품은 칸영화제가 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옴니버스영화 중 한편으로, 애초의 3분짜리를 22분으로 늘린 것이다. 영화는 문을 닫은 극장에 모인 몇몇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 속의 극장은 이미 문을 닫았고, 전시회에 전시된 의자는 바로 그 극장에 있던 것들이다. 그리고, 영화 속에는 할머니 한분이 등장하는데 차이밍량 감독의 어머니다. 차이밍량 감독의 어머니는 이 작품에 출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뜨셨다.

쉐쉐문창지업에서의 전시회는 미완형이다. 차이밍량 감독은 49개의 각양각색의 중고 의자를 수집하여 전시하기로 했지만, 아직 49개를 다 모으지 못했다. 그래서 일부만 전시하고 있다. 이 전시회를 통해 차이밍량 감독은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하나는 전시 중인 의자의 그림을 그려 의자와 함께 전시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의자 49개에 얽힌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굴된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다. 이 전시회에서도 차이밍량 감독의 단편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내호 지역을 가로지르는 기룽강의 모습을 담은 단편이다. 방문객은 전시 의자에 앉아서 기룽강을 바라보며 기룽강을 담은 단편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지난해에 차이밍량 감독은 커피판매업을 시작했는데, 올해 들어 타이베이의 저명한 백화점에 커피숍을 내고, 이곳 쉐쉐문창지업 빌딩에도 커피숍을 오픈하였다. 감독 스스로는 커피가 제2의 인생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차이밍량 감독의 이러한 전시회는 단순한 전시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난 몇년간 차이밍량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개봉할 때마다 게릴라식 홍보와 상영방식을 시도하였다. 지난해 칸과 부산영화제 초청작인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일반 극장에서 개봉하였을 때 1만5천여명의 관객이 들었지만, 이후 그는 전국을 돌며 대학, 갤러리 등지에서 순회상영을 하면서 4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처럼 차이밍량 감독은 관객의 폭을 넓히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멀티플렉스는 관객과 만나기 어려운 상업 공간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영화는 단순히 소비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대중예술로서의 영화’라는 컨셉을 더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소장가치가 있는 미술품처럼 자신의 작품도 이제는 소장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최근 그는 <얼굴>의 특정 지역 판권을 포함한 프린트 소장품 판매를 시작하였다. 즉, <얼굴>의 35mm 프린트와 갤러리 등 공공 영역에서의 상영권리를 단 10명에게만 판매하는 것이다. 이 패키지의 1인당 구매액은 100만위안이다(약 4천만원). 이를 위해 그는 대만 내 <얼굴>의 DVD 발매를 포기했다. 앞으로도 차이밍량 감독은 이러한 방식의 작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반면에, 앞으로 극장에서 상영이 끝난 이후 그의 작품을 DVD로 다시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것은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해적판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얼굴>이 파리의 루브르미술관으로부터 제작비 지원을 받았듯이, 차이밍량 감독은 앞으로도 미술관이나 박물관과의 협업을 계속 시도할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그런 의미에서 추진이 된 것이다. 차이밍량 감독의 도전은 영화와 비디오아트가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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