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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액션과 남녀간의 아옹다옹 사랑싸움 <킬러스>
김용언 2010-08-18

평범한 여자 젠(캐서린 헤이글)은 완벽한 이상형 스펜서(애시튼 커처)와 사랑에 빠진다. 초고속으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3년 동안 행복한 결혼 생활을 즐긴다. 그런데 잠깐, 젠은 스펜서의 과거를 모르고 있었다. 그는 과거 꽤 날리던 프로페셔널 킬러 요원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를 노리는 라이벌 킬러 조직이 동네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킬러스>는 몇몇 영화들을 대놓고 연상케 한다. 007 시리즈를 닮은 오프닝 화면부터 시작하여,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라든가 <나잇 & 데이>처럼 위험천만 액션과 남녀간의 아옹다옹 사랑싸움을 동일선상에 놓는 종류의 영화다. 그러나 <킬러스>에서 두 요소의 조합은 착착 들어맞는 궁합을 보여주지 못한다. <금발이 너무해> <어글리 트루스> 등으로 로맨틱코미디의 관습을 크게 거스르지 않으며 톡톡 튀는 매력을 보여줬던 감독 로버트 루케틱은, 그러나 액션 블록버스터에까지 손을 뻗치기엔 욕심이 좀 과했던 것 같다. 차라리 블록버스터의 볼거리에 집착하지 않은 채 젠과 스펜서 부부를 둘러싼 평범한 주변인 중 누가 킬러인지 알 수 없는 아슬아슬한 블랙코미디적 상황에 집중하는 쪽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를테면 동네 사람들이 한데 모인 파티장 한복판을 지나가며 젠과 스펜서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은 훨씬 재미있게 연출될 수 있었을 것이다.

백치미에 가까운 젠 역할의 캐서린 헤이글은 미스 캐스팅이다. 그녀의 이미지(혹은 그녀가 잘할 수 있는 역할)는 멍청한 금발 미인의 그것이 아닌데, 여기서는 시종일관 징징거리는 울먹거림과 뻔한 대사만 읊어야 한다. 딱히 액션 연기를 해본 적 없는 애시튼 커처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두 주연배우의 캐릭터가 분명하지 않으니, 서로 죽일 듯이 으르렁거리면서도 사랑을 포기할 수 없는 섹시한 스크루볼 코미디로서도 화학작용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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