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권의 후반기 국무위원 인선에 대한 관심은 국정 출범 때와 비교하면 떨어지게 마련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경우, 운용 예산이 다른 부서에 비해 많이 뒤처지는 터라 깜짝 인사를 발탁하지 않는다면 이목을 잡아끌기가 더욱 쉽지 않다. 하지만 MB 정부의 3기 개각 발표는 전과 달랐다. 개각 시점이 각종 선거 뒤로 밀리면서 물망에 오른 장관 후보자군은 더욱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현 정부와 여권의 유력 인사들이 후보자로 언급됐다. ‘최장수’ 기록을 경신한 유인촌 현 문화부 장관이 유임될까, 아니면 새 장관이 발탁될까. 영화계의 반응도 전과 달리 민감했던 것 같다. 8월8일 MB 정부가 신재민 문화부 제1차관을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기까지 영화계에서도 수많은 추측이 흘러나왔다.
청와대는 신재민 차관을 “국정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맡은 업무에 대한 열정과 소신이 분명하고 순발력과 기획력, 리더십을 보유한 언론인 출신”이라 소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1, 2차관을 모두 역임하여… 중략)… 거시적이고 종합적 관점에서 이를 일관성있게 아우르고 추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신 차관은 <조선일보> 출판국 부국장, <한국일보> 정치부장 등을 거친 뒤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국정에 참여해왔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신 차관은 개각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인 정책 등 자세한 얘기는 취임 뒤 하겠다”며 “장관 한명이 바뀌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지금은 이명박 정부이며 장관들은 정권의 정책을 대신 집행할 뿐”이라고 밝혔다.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한 신 장관 후보자의 말은 조금 더 지켜봐달라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큰 기대를 걸기도 어렵다. 신재민 장관 후보자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문화정책’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올해 5월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독립영화제작지원 심사 외압 논란에 휩싸이자 “영진위가 지원 방식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영화 제작을 직접 지원하는 인프라 투자 등 간접 지원 방식이 더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거나 “앞으로 영진위 성격, 조직구조, 지원 방식 등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영진위 축소 및 폐지를 시사했다. 겁주기 발언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신 후보자의 주장은 영진위의 ‘2011년 영화발전기금 운용계획(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로 인해 독립·예술영화제작지원, 기획개발비지원 등의 사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번 개각에 대해 “차악이라도 기대했으나 최악”이라는 싸늘한 반응이 나오는 것도 저간의 정황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이 정부가 소통을 안 한다 안 한다 하는데, 제대로 한번 해보자.” 신 후보자의 제안에 실제로 영진위는 영화계 단체들과 토론회 개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허물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신 후보자의 프러포즈를 영화계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최현용 국장은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8월13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애초 영진위쪽에서 책임있는 정책 담당자가 참여하는 형태의 토론회를 함께 꾸려보자고 했다가 영화인들의 의견 개진 자리로 말을 바꾸었다. 당국자가 참여하지 않는 토론회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 후보자가 직접 제기한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의 사퇴 문제가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하고 있으며, 현 정부가 영화 부문 중장기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미루고 있음을 지적하며 “무엇을 갖고서 소통을 할 것인가. 소통이 토론회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새 장관에 대한 영화계의 뜨거운(?) 관심이 무엇을 뜻하는지 되새겨봐야 한다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