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공포의 외피를 뒤집어쓴 사회드라마 <전염가>
김용언 2010-08-11

여고생 안즈(오시다 유코)는 친구 카나가 자살하기 전에 어떤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목격한다. 비슷한 시기 도쿄에선 동시다발적으로 여고생들이 <나의 꽃>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자살하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잡지 <마사카>의 기자 리쿠(마쓰다 류헤이)와 타이치(이세야 유스케)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취재를 시작한다.

<주온>이나 <링> 같은 일본 특유의 끈적한 호러물을 기대해선 곤란하다. <쥬바쿠> <이누가미> <망량의 상자> 등으로 잘 알려진 감독 하라다 마사토는 드라마 안에 당대의 사회적 이슈들을 녹여넣는 것에 관심이 많다. <전염가>에서도 귀신이나 초현실적 존재들이 등장하지만 거의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가벼운 터치로만 스쳐간다. 그가 관심을 기울이는 쪽은 온갖 불길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과 휴대폰 등 신매체들의 부정적 측면, 자살 비즈니스라는 끔찍한 풍조, 가정 폭력과 이지메와 원조교제와 극우파가 득세하며 “나쁜 놈이 더 오래 사는” 일본사회에 대한 절망이다. <전염가>는 공포의 외피를 뒤집어쓴 사회드라마에 더 가깝다.

공포영화의 전형적 효과를 기대하는 심리를 포기한다면, 다채로운 인물군을 통해 일본사회의 일그러진 현주소를 통통 튀는 호흡으로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몇몇 장면에서의 인상적인 편집이라든지 개성적인 캐릭터 묘사(특히 오스카 와일드를 흉내내는 이세야 유스케라든가 아베 히로시 특유의 유들유들하고 뻔뻔한 연기는 보는 맛이 있다)도 괜찮다. 그러나 각 에피소드를 이어붙이는 고리들은 헐겁고, 공포장면에 과장되게 바로 이어붙이는 코미디의 호흡은 자주 삐걱거린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기보다’ 교훈을 직접적으로 강변하는 대사로 처리하는 안이한 선택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이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