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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돈보단 대담성, 고로 <인셉션>에 한표를

<아바타>와 <인셉션> 중 어느 영화가 한국영화산업에는 좀더 긍정적일까

<인셉션>

지난 여덟달 동안 할리우드에서 나온 두개의 거대한 영화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는 27억달러라는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리고도 모자라 8분 길이의 촬영분을 더해 8월에 재개봉할 예정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은 <아바타>만큼의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나름 영향력이 있는 영화다. 복잡하고 헷갈리는 이 야심찬 영화의 상업적 성공은 오늘날의 관객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과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에 대해 많은 사람에게 되묻게 만들었다. 두 영화 모두 흉내내기 어려운 영화지만 앞으로 나올 할리우드영화에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아바타>와 <인셉션> 중 어느 영화가 한국의 영화 제작자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모델이 될 수 있을까? 물론 한국의 영화 제작자들이 카메론과 놀란이 쓴 만큼의 높은 예산과 기술적 솜씨를 반드시 사용할 필요는 없다. 한국 감독은 작은 규모의 <아바타>나 <인셉션>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예산 할리우드영화와 고예산 한국영화 사이의 기술적 차이는 계속된 CGI의 발전에 힘입어 예전만큼 크지 않다. 좋은 컨셉과 시나리오가 있으면 한국 영화 제작자가 그 정도의 야심찬 영화를 시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아바타>는 한국 제작자들이 따라하기에 유용한 모델이 아니다. <아바타>는 다른 할리우드영화들과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느껴지지만 그건 컨셉이나 플롯 때문이 아니다. 감독 또는 시나리오작가로서의 제임스 카메론의 능력은 그다지 뛰어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판도라나 타이태닉호처럼 이야기가 벌어지는 장소를 하나의 세계로 정교하게 창조해내는 능력은 뛰어나다. 아트디렉터로 경력을 시작한 카메론은 영화 속의 세계를 창의적이고 정서를 환기시키는 디테일로 장식하는 데 뛰어나다. <아바타>를 보고 난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판도라에 가고 싶다”다. 그가 아득하게 먼 세계를 그럴듯하면서 흥미롭게 만들어낸 덕분이다. 한국의 제작자들이 비슷한 작업을 해내지 못하리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유의 영화를 만드는 데는 예산이 얼마냐가 중요하다. 3D 효과 말고도 <아바타>의 3억달러 예산의 많은 부분이 생생한 디테일을 만드는 데 쓰였다. 따라서 비슷한 효과를 내는 영화를 만들려면 할리우드만큼의 자원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한국영화는 승산이 없다.

<인셉션>은 확실히 쉽지 않은 영화지만 한국 제작자들에게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뛰어나지만 컨셉의 대담함과 시나리오의 복잡한 디자인이 특히 중요하다. 이 영화를 한두 문장으로 묘사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들의 꿈속에 들어가 비밀을 훔칠 수 있는 한 남자가 재벌 사업가의 꿈속에 들어가 새로운 생각을 심도록 고용된다.’ 이 컨셉은 놀라우리만치 추상적이다. 이처럼 추상적인 컨셉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대담성이 요구되지만 성공한다면 국제적으로 널리 인기가 있을 것이다. 시나리오에 대해 말하자면 어느 정도는 놀란의 재능이겠지만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는 할리우드의 정교한 시스템이 영화의 많은 조각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데 큰 힘을 줬다. 한국영화산업은 시나리오작가나 개발에 별로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인셉션> 같은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인셉션>을 모델로 삼아 야심찬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한국영화산업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 제작자들이 <아바타>를 따라하고자 하면 돈도 버리고 희망도 잃게 될 것이다. 그들이 <인셉션>을 따라하고자 하면 성공적인 소규모의 한국판 <인셉션>이 나타나든 그렇지 않든 한국영화산업에는 좀더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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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