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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충무로영화제 비상등 켜졌다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10-08-09

예산문제로 기자회견 돌연 취소, 조직 운영방식에도 우려의 목소리 높아

2009년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개막식 풍경.

8월4일 오후 4시에 예정됐던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기자회견이 시작 30분 전에 취소됐다. 영화제쪽은 “주최쪽의 사정” 때문이라고 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예산문제 때문이었다. 지난해 충무로국제영화제 예산은 서울시에서 30억원, 중구청에서 10억원, 스폰서의 협찬을 합쳐 60억원 정도였다. 올해는 중구청에서 7억원이 지원된다. 서울시에는 지난해와 같이 3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현재로서는 얼마나 책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예산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영작을 알릴 경우, 변동사항이 생길 수 있어 기자회견을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의 일정은 공지되지 않았다.

영화계는 충무로국제영화제가 예산문제로 난항을 겪을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지난해만 해도 정동일 전 조직위원장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충무로국제영화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능가하는 영화제”라는 점을 강조했고, “칸, 베니스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서울시의 지원도 전폭적이었다. 중구의 지원도 상당했다. 일례로 2회 영화제의 경우 전야제 행사를 서울광장에서 치렀고, 당시 이덕화 집행위원장은 이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개막식 당일, 개막인사를 하던 이덕화 집행위원장은 객석에 앉은 오세훈 시장에게 애교 섞인 멘트를 전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예산 좀더 올려줘엉~.” 그처럼 충무로국제영화제는 시와 구와 민간이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가꾸는(?), 그래서 예산지원에 있어서는 다른 영화제들이 부러워할 만한 영화제였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는 왜 틀어진 걸까.

충무로국제영화제쪽은 서울시가 예산 확보에 대한 확답을 계속 미룬 탓이라고 했다. 한 관계자는 말한다. “원래는 기자회견 당일까지 확답을 주기로 했는데, 정오가 지나고 오후가 돼도 확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울시는 “충무로영화제의 경우 중구의회에서 예산안 의결을 늦게 했기 때문에 확답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사실 충무로영화제의 예산은 중구의회 안에서도 예산안을 편성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대립이 있었던 사안이다. 지난 7월29일, 중구의회가 2010년 제2회 추가경정사업예산안을 의결할 당시에는 몇몇 의원들의 발의로 충무로영화제 예산을 삭감한 수정안이 상정됐고, 충무로영화제의 예산안은 이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가까스로 통과됐다. 예산 삭감안이 상정된 배경은 충무로국제영화제의 불투명한 예산집행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중구의회는 지난해 10월,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예산집행내역을 조사하게 했고, 위원회는 “중구로부터 25억원을 지원받은 충무로국제영화제가 홍보 관련 예산에만 10억원을 쓰는 등 예산집행을 방만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해 4월 중구의회는 예산을 유용한 혐의로 충무로국제영화제 사무국을 고발했다. 한 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서울시가 지원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속내는 사실상 충무로국제영화제가 드러낸 여러 문제점에 대한 부담과 막대한 부채로 인해 부도 위기에 놓인 서울시의 속사정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건 올해 영화제의 개최 여부다. 사무국쪽은 예산과 프로그램, 게스트 초청 규모를 놓고 입장을 정리하는 중이다. 현재로서는 규모의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올해만이 아니다. 만약 예산부족의 결정적인 이유가 서울시의 사정 때문이라면, 내년이라고 당장 사정이 좋아질 리 없다. 내년부터라도 충무로국제영화제가 적정규모의 영화제를 치르기 원한다면 규모가 축소됐다고 해도 더욱 합리적인 운영태도를 강조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와 중구, 영화제 운영진의 지금 분위기가 애교를 전할 만큼 화기애애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