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맹렬히 울어댄다. 한여름 피크기에 동해에 몸 담그는 오랜 로망을 드디어 실현했다. 음, 그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다. 정체와 인파와 모기떼와 심지어 폭우까지…. 나와 같은 시기 휴가를 보낸 대통령의 안부가 문득 궁금했다(봐봐, 나 로열티 있는 국민이야). 휴가지에서 곧 있을 개각과 후반기 국정운영 방안을 구상하실 거라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가 있었는데 많은 국민이 염원하듯이 ‘부디 아무 생각 마시고 푹 쉬다 오셨으면’ 좋겠다. 책도 읽지 마셨으면. 이동 중인 차 안에서 30분 만에 한권을 읽어치우고, 로마의 장군 카이사르의 일대기를 읽고는 ‘도로망과 수로를 개발한 국가 경영자’라고 치켜세울 정도로, 대단히 빨리 당신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스타일답게 엄한 책 읽고 또 무슨 ‘영감’을 얻으실지 심히 걱정된다. 게다가 자타공인 행동파 아닌가.
요즘 정부부처 중 발군의 행동파는 국토해양부다. 충남, 경남 등 4대강 사업에 반대의사를 지닌 단체장이 자리한 지자체에 4대강 위탁사업을 계속 할지 말지 빨리 결정하라는 압박성 공문을 보내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이번에는 지자체의 공식의사까지 왜곡해서 발표했다. 4대강(금강)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실증조사가 끝날 때까지 속도조절을 하자고 한 충남도의 회신을 몇몇 단어를 교묘히 비틀어 ‘마사지’ 한 것이다. 이미 4개 공구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뜻으로 쓴 ‘정상 추진 중’이라는 단어는 정상 추진 의사로 둔갑했고, 기존 계획에 문제가 있으면 대안을 찾아 협의하겠다는 계획은 조건부 찬성으로 각색했다. 방송과 신문은 이를 일제히 입맛대로 받아 ‘안희정 지사가 사실상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대서특필했다. 혹시나 싶어 뒤져보기 전에는 나도 그런 줄만 알았잖아. 꽥. 마사지업계에서는 알아주는 한 신문에는 4대강 추진본부가 안 지사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국토해양부가 막가파가 아니라면 너무나 점잖고 완곡한 표현이 문제였던 걸까. 이참에 공문의 상투적 표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기여 아니여? 깔짬하게들 못 하능겨?
내년에는 충남 금산에서 금강에 발 담그고 어죽이나 먹으며 쉬다 올까 했는데, 2011년까지 생태하천 조성한답시고 금강 상류 천혜의 천내습지 주변에 잔디를 심겠다는 계획을 접했다. 멀쩡하고도 희귀한 자생식물 다 걷어내고 말이다. 아, 시방 지금 뭣하자는 거시여?